[베이스볼 테마록]WBC가 한국 선수의 시즌 성적에 미치는 영향

정철우 기자I 2009.04.01 11:13:41
▲ 2기 WBC 대표팀 출정식 모습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프로야구 개막이 코 앞이지만 여전히 화제의 중심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WBC 영광의 여운이 계속되는 것도 있지만 과연 WBC가 2009시즌 한국 프로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BC의 열기가 흥행몰이로 이어질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가지 있다. WBC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것이다. WBC 참가가 선수들에게 독이 될수도 있다는 지적은 결코 쉽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WBC 3월 개최의 영향 
WBC는 3월에 열리는 대회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3월은 4월부터 시작되는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즉 자신이 갖고 있는 베스트를 쏟아내는 시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WBC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예년보다 한달 정도 빠른 3월에 최고의 몸 상태를 갖춰야 한다. 말은 쉽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리듬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투수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몸의 변화에 야수보다 더 민감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회 WBC에 출전한 선발 투수들의 성적이 대부분 좋지 않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한국은 어땠을까
한국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비해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빠르다. 겨우내 연습량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연습 투구량은 최소 2배 이상이다.
 
때문에 WBC에 참가한 투수들이 받는 영향은 메이저리거에 비해 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회 대회(2006년 3월)에 참가한 한국 투수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에 도달한다. 상대적으로 국내리그에서 뛴 투수들의 성적이 안정적이었던 반면 메이저리거들의 성적은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1회 WBC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투수는 모두 13명. 이 중 부상으로 2006시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봉중근을 제외하면 국내파는 모두 7명이었다.
 
이 중 2005시즌에 비해 성적이 나빠진 투수는 손민한(롯데) 박명환(당시 두산)과 배영수(삼성) 등이었다. 손민한은 18승에서 10승으로 박명환은 11승에서 7승, 배영수는 11승에서 8승으로 승수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방어율을 놓고 보면 큰 편차는 느낄 수 없었다. 박명환이 2.96에서 3.45가 된 것이 가장 높은 수치. 손민한과 배영수는 모두 2점대 방어율을 유지했다.
 
정대현(SK) 오승환(삼성) 정재훈(두산) 등은 오히려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특히 오승환은 2006시즌 47세이브로 이 부문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반면 메이저리거들은 나란히 부진했다.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가 12승에서 7승으로 내려앉았고 서재응은 8승에서 3승으로 줄어들었다. 김병현만이 5승에서 8승이 됐지만 방어율은 4.87에서 5.57로 상승했다.
 
뉴욕 메츠에서 방출돼 한화에 새둥지를 튼 구대성은 그해 37세이브(방어율 1.82)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타자들의 부진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은 더 큰 편차를 겪었다. 대만전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마감한 김동주(두산)를 제외하면 1회 WBC에 나선 한국 대표팀 타자는 모두 16명.
 
이 중 2005시즌보다 타율이 오른 선수는 6명 뿐이었다. WBC를 통해 세계적인 거포임을 입증한 이승엽(요미우리)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승엽은 2006시즌 일본 프로야구의 상징인 '요미우리'를 택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무려 41개의 홈런과 108타점을 뽑아내며 단박에 팀의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역 최고 유격수인 박진만(삼성)도 2006시즌 타율(.283)과 홈런(11개) 등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이종범(KIA)은 2005년 타율 3할1푼2리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2006시즌 2할4푼2리로 급전직하 했다. WBC서 4할 타율을 기록하며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그 였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영원한 3할 타자처럼 느껴졌던 이병규(LG)와 이진영(당시 SK) 역시 3할을 밑도는 타율을 기록, 아쉬움을 남겼다.
 
타율만으로 타자의 성과를 모두 평가할 순 없지만 WBC에 참가했던 타자들의 전체적인 지표가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종범은 "대회에 맞춰 너무 일찍 페이스를 끌어올리다보니 정작 시즌에 들어가서 밸런스가 흐트러져 버렸다. (대회의 성공으로)지나치게 자신감만 갖게된 점도 어려운 대목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많은 경기를 나서지 못한 선수라 할지라도 벤치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 많은 공부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회 대회 이후 성적으로는 단기적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1회 WBC를 통해 병역혜택까지 얻으며 두마리 토끼를 잡은 이범호 김태균(당시 한화) 등은 2006시즌서 오히려 타율이 2푼가량 떨어졌다. 장기인 홈런도 6개(이범호) 10개(김태균)씩 크게 줄어들었다.
 
▲이번엔 다르다?
1회 대회에 이어 2회 대회에도 주전 우익수로 활약한 이진영은 "어려움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1회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훈련의 강도가 달랐다는데서 찾았다.
 
이진영은 "1회 때는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조절 정도의 훈련만 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많았던 점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꽤 많은 훈련을 했다. 스프링캠프 만큼은 아니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같은 실패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회 대회가 준 교훈이 있었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WBC도 중요하지만 시즌 역시 프로 선수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한번 아픔을 겪은 선배들의 교훈이 후배들에게 남다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훈련량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알아서 많이 움직이며 할 일을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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