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로' 이필립 "'태사기' 연기에 비웃을까 걱정...생각보다 잘했대요"

김은구 기자I 2008.01.02 13:25:46
▲ 이필립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처음에 가면을 쓰고 등장했잖아요. 그러고 나서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조용하시더라고요.”

미국에서만 살다 한국으로 건너와 연기 데뷔를 했다. 첫 출연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너털웃음부터 터뜨렸다.

어렵게 연기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모국에 왔는데 드라마 첫 장면에 철가면을 쓰고 나왔으니 편치 않은 마음으로 아들을 보냈을 부모가 그 장면을 보고 느낀 심정도 짐작이 갔을 터. 그럼에도 웃음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데뷔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일 게다.

2007년을 뜨겁게 달군 블록버스터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처로 역을 맡은 이필립. ‘태왕사신기’를 통해 연기 데뷔를 한 ‘생짜’ 신인이지만 뚜렷한 이목구비, 극중 수지니(이지아 분)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다. 덕분에 이필립은 2008년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신인 중 한명으로 꼽히기에도 손색이 없는 유망주가 됐다.
 
▲ 이필립

◇ 김종학 PD와 인연, '태왕사신기' 캐스팅 행운

미국에서 태어나 연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2005년 한국에 왔다가 김종학 PD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

“김종학 PD에 대해 잘 몰랐어요. ‘모래시계’를 연출했다는 얘기를 듣고 ‘대단한 분이겠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죠. 그런데 당시 ‘태왕사신기’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알맞은 역할이 있다며 캐스팅을 결정해주시더라고요.”

제작비 430억원의 블록버스터 급으로 관심을 끄는 드라마, 그것도 비중이 작지 않은 역할에 캐스팅된 신인. 그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였다.

거기에 당초 대본에서는 아예 없었던 처로의 대사가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으니 이필립으로서는 제작진에게 가능성에 대한 인정까지 받은 셈이다.

물론 난생 처음 연기라는 것을 하려다 보니 혼나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수지니가 담덕(배용준 분)과 이어질 수 있도록 애쓰는 연기로 뭇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살렸다.

“가면을 벗은 뒤 제 얼굴이 나오니까 미국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 ‘신기하다. 생각보다 잘 한다’고 하더라고요. 비웃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죠.”

안도의 한숨에서는 만족감도 느껴졌다.
 
▲ 이필립




◇ '태왕사신기' 잇단 연기에 "돌아오라" 권유도...할리우드 진출하고파

사실 이필립은 미국에서 태어나 보스턴대와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업가로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경영자 수업을 착실히 쌓아왔다. 안정된 진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돌연 연기자가 되겠다며 2005년 3월 홀로 한국에 왔다.

“어려서부터 변신에 한계가 없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연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꿈일 뿐이었죠. 그러다 아는 분이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싶으면 한국에서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의 결정을 부모도 이해를 못했다. 마련된 자리를 마다하고, 자리 잡기도 쉽지 않고 고생도 적잖은 일을 하러 떠나겠다는 아들의 말에 황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이필립은 사업은 언제고 할 수 있지만 연기는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생각에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국행 결심을 굳혔다.

우연히 소개받은 김종학 PD에 의해 캐스팅은 됐지만 ‘태왕사신기’는 수차례 방영이 연기되며 2007년 9월에 첫 방송됐고 이필립이 연기한 처로는 10월25일 방영된 13회부터 등장했으니 한국에 온 이후 무려 2년 반이 넘게 걸렸다. 진행이 늦어지니 자신도 답답했고 미국의 부모는 “짐 싸서 돌아오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이필립은 한국은 물론, 벌써부터 일본에서도 자발적인 팬클럽이 형성될 정도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아직 한국어도 더 능숙해져야 하고 연기에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죠. 우선 노력으로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할리우드에도 진출해야죠.”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 등 혼혈 배우들이 영어 대사를 하는 역할로 국내에서 연기데뷔를 한 것과 달리 ‘한국인으로 연기 데뷔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와서 3년 만에 크게 막힘없이 한국어로 대사를 할 정도가 됐다는 점에서 노력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필립의 2008년은 더욱 기대되고 그가 말하는 ‘할리우드 진출’도 결코 허언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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