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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랭킹 13위 이게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 ‘UFC 303 : 페레이라 vs 프로하스카’ 코메인이벤트 경기에서 14위 디에고 로페스(29·브라질)에게 심판전원일치 판정패했다.
사실 결과는 큰 의미가 없었다. 경기가 성사된 것 자체가 드마틱한 스토리였다. 엄청난 우여곡절이 있었다. 2021년 6월 정찬성과 대결해 판정패한 적이 있는 이게는 이번 대회에 출전 계획이 전혀 없었다.
원래 예정됐던 코메인이벤트 경기는 브라이언 오르테가(미국) 대 로페스였다. 하지만 오르테가가 계체 후 네바다주 체육위원회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도한 체중 감량으로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르테가는 경기를 앞두고 체온이 39.4도까지 올랐다.
UFC가 오르테가를 파이트 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 경기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이때 페더급 랭킹 13위인 이게가 경기 4시간 전 출전 오퍼를 받아들였다.
UFC 역사상 최단시간 경기 오퍼 기록으로 이와 비슷한 예조차 찾기 힘들다. 경기 제안을 하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이를 수락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는 이게는 UFC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당시 경기장 주변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경기는 165파운드(74.8kg) 계약 체중 매치로 진행됐다. 당초 오르테가 대 로페스 경기도 라이트급(155파운드/70.3kg) 경기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다시 한계 체중이 조정됐다.
옥타곤에 오르긴 했지만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긴 어려웠다. 이게는 1라운드 중반까지는 대등한 싸움을 벌였지만 이후 로페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라운드 막판에는 다스초크에 걸려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2라운드 역시 이게는 역부족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로페스의 바디 트라이앵글에 걸려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라운드 종료 직전에는 암바 그립까지 잡혔지만 버저가 그를 살렸다.
1, 2라운드를 모두 내준 이게는 마지막 3라운드에서 적극적으로 펀치를 휘두르며 KO를 노렸다. 몇 차례 펀치 정타를 로페스에게 안기면서 역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종료 1분 30여 초를 남기고 상위 포지션을 잡고 파운딩 펀치를 퍼부었다.
판정 결과 3명의 부심 모두 29-28로 로페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1, 2라운드에서 고전했던 이게는 3라운드를 확실히 잡고 만만치 않은 실력자임을 증명했다.
경기를 마친 뒤 팬들로부터 엄청난 환호와 기립박수를 한몸에 받은 이게는 “경기를 준비하는데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며 “나는 언제, 어디서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이것이 내가 사는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마사지를 받던 도중 전화를 받았을 때 내가 전설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오는 9월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한 로페스도 불가능이나 다름없는 경기를 수락해준 이게에게 감사와 존중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