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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버틴 한국은 후반 1분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줄곧 끌려갔다. 후반 중반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잔뜩 내려앉으면서 한국이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좀처럼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몇 차례 결정적인 슈팅이 나왔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골키퍼 아메다 알 카사르(알파이하)의 눈부신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우리 대표팀의 마무리 능력도 아쉬웠다. 경기 종료를 1분 정도 남기고 후반 추가시간에 조규성(미트윌란)이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지 않았더라면 겨우 4경기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상황이었다.
이날 한국은 무려 22개 슈팅을 때렸다. 사우디아라비아(14개)보다 8개나 많았다. 유효슈팅도 8대4로 2배였다. 볼점유율 역시 58%대42%로 앞섰다. 하지만 득점은 겨우 1골뿐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단 1승만 거뒀다.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 승리 포함, 나머지 3경기는 공식기록이 무승부다. 무승부를 기록한 3경기 역시 막판까지 끌려가다 간신히 패배를 면하는 식이었다.
물론 아시안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 대회에선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탈락하지 않고 계속 살아서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로 이루기 위해선 경기력 면에서 더 나아지고 발전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매 경기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말 그대로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크게 나쁘진 않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고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톱클래스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토트넘)은 이번 대회에서 2골을 넣었지만 모두 페널티킥이었다. 필드골은 아직 없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펼치다보니 손흥민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와 돌파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을 살리는 연계플레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도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만나는 상대팀이 노골적인 밀집수비로 나설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깨기 위해선 더 많은 전술적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까진 억지로 욱여넣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수비는 더 심각하다. 4경기에서 7골을 내줬고 매 경기 실점을 이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선 점유율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센터백을 3명 배치하는 스리백을 꺼내 들고도 선제골을 내주고 고전했다.
실점 장면에선 수비 조직력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앞서 조별리그에서 허용한 골들도 수비진의 실수가 동반된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어찌 됐건 클린스만호는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음 상대는 ‘무늬만 아시아’인 호주다. 한국시간으로 2월 3일 오전 0시 30분 8강전에서 만난다.
모든 면에서 한국이 불리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20분 혈전을 치른 뒤 겨우 이틀 쉬고 경기를 치른다. 반면 이틀 전 16강전에서 약체 인도네시아를 이긴 호주는 나흘의 꿀맛 같은 휴식을 한 뒤 한국과 맞붙는다. 8강까지 오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클린스만호로선 쉽지 않은 도전이다.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의 전략과 전술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