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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선 ‘대기만성’ 강성훈(32)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159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로스엔젤레스에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8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내며 시즌 5승째를 달성했다. 1987년생 동갑내기 두 선수의 성공 뒤에는 가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함께 하고 있었다.
강성훈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레스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넬슨(총상금 79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로 공동 2위 매트 에브리와 스콧 피어시(이상 미국)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끈기와 집념 그리고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만들어낸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2016년 2월, 웹닷컴 투어 상금랭킹 22위로 PGA 투어 재입성에 성공한 강성훈은 매 경기 고비를 맞았다. 웹닷컴투어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PGA 투어 시즌 초반 5경기마다 진행되는 2차례 리셔플(시드재조정)을 받는다. 이를 통해 대회 출전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뒤로 밀릴수록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
강성훈은 시즌 9번째로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3위를 달리다 마지막 날 공동 17위로 밀렸다. 10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대회(노던트러스트오픈) 출전권을 놓쳤다. 아쉬움이 컸다. 노던트러스트 오픈이 끝난 뒤 마지막 리셔플이 진행되는 만큼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다.
강성훈은 대회가 끝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음 대회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까지 차를 몰고 이동해 다음날 월요일에 열리는 노던트러스트 오픈의 먼데이(월요예선)에 출전했다. 5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겨우 골프장에 도착해 월요예선을 치른 강성훈은 결국 출전권을 따냈다.
이 대회에서 공동 8위에 오른 강성훈은 리셔플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그해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진출했다. 당시 강성훈은 “물러날 곳이 없기에 피곤함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이후 PGA 투어에서 안정적인 투어 활동을 계속했다.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으로 만들어낸 작은 기적의 시작이었다.
투어 활동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지만,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7년 셸 휴스턴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러셀 헨리(미국)에 역전을 허용해 우승을 내줬다. 그해 10월 CIMB 클래식과 지난해 7월 퀴큰 론스 내셔널에서 3위에 올랐지만, 또 한 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돌고 돌아 먼 길을 달려온 강성훈은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프로 데뷔 9년, 159번째 대회 만에 들어 올린 우승트로피였다. 최경주(8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에 이어 한국 국적 선수로는 6번째 PGA투어 우승자가 됐다.
강성훈은 이날 마지막 18번홀을 마치자마자 아내 강소영씨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달콤한 우승 키스를 전했다. 이어 아들 유진 군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빠가 우승했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경기가 끝나니까 아내와 아들이 보였다”며 “오래 고생 끝에 우승을 차지한 만큼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효자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어버이날에 감격의 완봉승을 따냈던 류현진은 미국 현지시간(5월 둘째 주 일요일)으로 어머니의 날에 또다시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류현진은 같은 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단 1피안타 1볼넷만 허용하고 삼진을 9개나 잡았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6-0 완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시즌 5승(1패)째를 거뒀고 시즌 평균자책점도 2.03에서 1.72로 더욱 낮췄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회 실점한 이후 2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류현진은 어머니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핑크색이 들어간 모자와 유니폼,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섰다. 류현진의 어머니 박승순 씨는 경기 전 직접 시구에 나섰다. 다저스 간판 타자인 코디 벨린저, 포수 오스틴 반스,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 등의 어머니도 박승순 씨와 함께 올라와 공을 던졌다.
다른 어머니가 던진 시구는 아들들이 직접 받았다. 다만 류현진은 이날 선발투수로 경기를 준비하느라 나오지 못했다. 대신 류현진의 아버지인 류재천 씨가 시구를 받았다.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워싱턴 강타선을 꽁꽁 얼렸다. 심지어 7회초 1사까지는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노히트노런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원하는 구질이,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꽂혔다. 완벽한 제구력과 현란한 변화구에 넘치는 자신감까지 실려 있었다.
헤라르드 파라에게 2루타를 맞고 대기록이 무산되는 순간 다저스 홈팬들은 기립박수로 류현진을 격려했다. 류현진도 표정변화 없이 담담하게 다음 타자와의 승부를 준비했다.
박승순 씨는 시구를 마친 뒤 관중석에서 아들의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봤다. 현지 중계진은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박승순 씨의 모습을 계속 화면에 비췄다. 류현진은 큰 위기 없이 승리투수가 됐고 어머니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엄마에게 가장 좋은 날, 가장 잘한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어머니에게 안기며 최고의 날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