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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오(50) 유컴테크놀러지 대표이사는 지난 1월 미국 출장을 다녀온 뒤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고 자신이 넘쳤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음성형 골프 GPS 거리측정기 ‘보이스캐디’를 개발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뒤 계속해서 두드려온 미국 시장에서 마침내 ‘시그널’이 오고 있다며 “이제부터는 해볼 만 하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차라리 내가 만들어야지’ 뛰어든 사업 대박
김준오 유컴테크놀러지 대표이사는 골프를 좋아하는 마니아였다. 2005년 회사를 설립해 무선 통신용 반도체 사업을 해왔다. 그러던 2010년 즈음 시장에 변화가 생기면서 사업 전환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김 대표는 지인들과 골프장을 찾았다. 당시 국내엔 GPS 거리측정기가 막 출시됐고, 자칭 골프마니아였던 김 대표는 거리측정기를 들고 골프장을 찾았다. 새 장비는 골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더 잘 칠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들게한다. 김 대표 역시 들 뜬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김 대표는 “기능은 복잡했고 사용은 불편했다”며 “3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샀는데 돈값을 못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대표는 ‘차라리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날로 그는 골프용 GPS 거리측정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철저히 골퍼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큰 틀에서 두 가지에 중점을 뒀다. 저렴한 가격과 꼭 필요한 기능이다. 김 대표는 “기준을 골프공 한 박스 가격에 뒀다”며 “당시 선물용으로 많이 거래되던 골프공 가격이 8~10만원이어서 내가 만드는 제품도 그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능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그는 “캐디의 역할은 거리를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인데 굳이 이런 저런 기능이 많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고민하다보니 ‘보는 것보다 듣는 게 훨씬 쉽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음성형 제품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제품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어떻게 하면 휴대하기 편할까’라는 고민은 골프장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벨트형으로 만들까 아니면 이어폰형으로 할까 고민하던 중 골프장에 갔다가 자석으로 탈부착 하는 볼마커를 보게 됐고 그 순간 ‘그래 저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렇게 만든 보이스캐디를 들고 지인들과 골프모임에 가지고 나갔다. 비공식 품평회였던 셈이다.
그날의 평가에 김 대표는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10명 중 7명은 좋다고 했다”며 “‘이 정도 성능에 10만원대 초반의 가격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구입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보이스캐디는 출시되자 마자 국내 골프문화를 바꿔놨다. 30만원이 넘는 화면형 거리측정기에 비하면 보이캐디는 저렴한 가격에 꼭 필요한 기능을 담았으니 말 그대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었다. 당시 골프장에선 모자에 보이스캐디를 하나씩 붙이고 다니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모 건설회사의 임원은 자신이 보이스캐디를 사용해보고 매달 200개씩 구입해 갈 만큼 앞장서서 홍보해주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입소문을 타고 날개가 돋친듯 팔려나가기 시작한 보이스캐디는 그해에만 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당 12~13만원에 팔았으니 약 4만5000개를 판매한 것이다. 국산 브랜드에겐 유독 까다롭고 싸늘하게 대하던 골프유통시장에서도 보이스캐디는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연착륙했다. 김 대표는 “국내의 골프유통시장은 생각보다 배타적이고 벽이 높다. 무엇보다 국산에 대한 시각은 싸늘했다”면서 “성능은 따져보지도 않고 미국이나 일본 제품이 더 우수하다는 편견으로 국산 제품이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보이스캐디는 입소문을 덕에 유통시장에서 먼저 찾는 제품이 됐다”고 사업 초창기를 돌아봤다.
▷국내 1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보이스캐디는 2015년 국내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높였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경쟁사들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눈을 해외로 돌렸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으로 향했다.
2013년 1월 김 대표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올랜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매년 1월 마지막 주말이면 이 곳에서 전 세계 골프용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PGA 머천다이즈쇼가 열린다. 김 대표는 이 곳에서 다시 승부를 걸었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았다. 제품이 좋으면 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다. 사흘 동안 머천다이즈쇼가 끝날 때까지 목이 쉬어라 제품을 설명했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깨달았다. 그는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미국은 국내와 분명히 달랐다”고 실수를 돌아봤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2014년 다시 머천다이즈쇼를 찾았다. 그때 또 한 번 큰 교훈을 얻고 돌아왔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들고 나갔지만, 이미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선발주자들의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는 걸 알았다. 김 대표는 “솔직히 그때는 경쟁사의 제품을 넘어설만큼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서 “그 뒤 기술개발과 시장 분석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의 계획을 다시 세웠다”고 말했다.
2015년 드디어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 다양한 제품과 성능이 보강된 제품에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골프 전문지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바이어들도 관심을 보였다. 김 대표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처음엔 상당히 힘들었다”면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기다리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미국은 공간적으로 굉장히 넓은 시장이라 그만큼 반응도 느렸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려고 덤비다보면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계속 문을 두드리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들고 나가니 그때부터는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되새겼다.
유컴테크놀러지는 올해 미국 내 유통시장에서 22개의 영업채널을 확보했다. 처음엔 골프용품매장 중심으로 판매하던 시장도 아마존, 월마트 등으로 확대했다. 김 대표는 “시간과 노력이 더해진 끝에 겨우 기반을 닦은 것 같다”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고 기대했다.
세계로 뻗어나간 보이스캐디는 매출도 초고속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1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고, 2017년엔 국내와 수출을 합쳐 220억원까지 늘어났다. 2018년 목표는 350억원이다. 지난 1월 PGA머천다이즈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올해 미국 시장 진출에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미국 시장의 10%만 가져와도 500억원이다”며 “올해는 출시된 제품은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더 큰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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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세계 최초 모바일 REID Reader IC 개발
2009년 삼성전자 고정밀 센서 등 납품
2011년 세계 최초 음성형 골프 GPS 거리측정기 ‘보이스캐디’ VC100 출시
2014년 국내 시장 점유율 60% 성장
2015년 1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2016년 스포스산업대상 대통령상 수상
2017년 연 매출 220억원 돌파
현재 직원 수 R&D 12명 포함 40명
▷김준오 대표이사
1968년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공학사/공학석사
미국 UCLA 공학박사
미국 베델트로닉스, 스카이웍스 근무
2005년 유컴테크놀러지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