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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에닝요(31·전북)의 특별귀화 추진을 놓고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에닝요의 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국적을 희망한 에닝요 본인의 의지와 월드컵 최종예선을 이끌 최강희 감독의 요구가 떨어졌다.
하지만 일은 첫 단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에닝요가 당장 다음 달에 있을 월드컵 최종예선에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대한체육회의 우수인재 복수국적 추천을 받은 뒤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로부터 특별귀화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최근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고 이를 심의한 결과 에닝요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포지션, 한국 문화의 적응 정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했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설명이다.
대한체육회는 2010년 5월부터 복수국적제도가 시행된 이래, 체육 분야는 혼혈 농구 선수인 문태종, 문태영, 김한별, 화교 3세 출신의 쇼트트랙 선수 공상정 등 총 4명에 대해 특별귀화 추천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순수 외국인 선수가 특별 귀화를 받았던 전례는 한 번도 없었다. 에닝요는 부모가 모두 브라질인인데다 무엇보다 에닝요는 특별 귀화의 기본 요건인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에닝요의 귀화는 모든 종목의 선례가 될 수 있다."라며 "경기력 강화를 위해 특별 귀화를 요청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곧바로 발끈하고 나섰다. 최강희 감독은 "이청용이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곧바로 대표팀에 부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측면 공격수 자리에 마땅한 선수가 없어 에닝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닝요의 귀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대한축구협회가 요청한 것을 대한체육회가 자기들의 판단에 의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지금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에닝요의 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에닝요는 개인기와 득점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소속팀 전북에서 이동국과 호흡이 잘 맞아 최강희호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국제적 추세 역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브라질 출신의 라모스, 로페스, 산투스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한국 출신 이충성과 네덜란드 출신 하베나르를 대표팀에 받아들인 바 있다.
하지만 축구인들과 팬들 사이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K리그에서 6년이나 뛰도록 한국어를 간단한 인사밖에 할 줄 모르는 에닝요가 과연 대표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많다.
축구대표팀이 한국 사회와 국민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에닝요의 대표 발탁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쉽게 말해 국민정서에 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가 특별 귀화 추천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법무부와 직접 접촉해 귀화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한국 축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에닝요의 귀화 문제가 어떻게 최종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