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보인다"고 인사를 건네자 환하게 웃으며 "이제 좀 마음이 편해졌다"고 답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덕이었다.
그동안 홍성흔의 어깨를 짓누른 것은 타격왕 타이틀이었다. 팀 후배 김현수와 양강구도가 형성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담이 됐던 탓이다.
홍성흔은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잘 안됐다. 게다가 현수가 너무 잘 치니 마음이 더 급해지더라"고 털어놓았다.
김현수는 최근 실로 어마어마한 페이스를 보였다. 김현수의 9월 타율은 무려 4할2푼2리나 된다. 홍성흔이 안타 한개를 치면 김현수는 두개를 쳤고 두개를 쳐 따라잡는가 싶으면 세개 네개씩을 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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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선 홍성흔과 김현수를 "라이벌"이라고 불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커졌다. 타격 지존의 자리까지 넘보던 홍성흔이었지만 너무 강력해진 경쟁자 앞에선 초라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홍성흔은 "둘째 아이가 태어나며 머리가 다시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현수 앞에서 많이 초라했지만 난 여전히 타격 2위다. 그 정도면 꽤 잘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었던 자신감도 찾았다. 내가 못하는게 아니라 현수가 워낙 잘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 알게 됐다. 앞으로 많이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타격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3일 히어로즈전서는 11일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황하게 홍성흔의 사연을 풀어놓은 것은 최근 주춤하고 있는 롯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롯데는 최근 6연패에 빠지며 두산과 2위 싸움에서 사실상 밀려나고 말았다.
실질적인 연패의 시작은 지난 주말 두산과 사직 3연전이었다. 첫날 다 잡았던 경기를 막판 홈런 2방으로 무너진 뒤 롯데의 페이스마저 허물어졌다. 이런 저런 진단이 있겠지만 한번쯤은 '왜소 컴플렉스'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롯데는 후반기 초반 정말 잘 나갔다. 팀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고 일찌감치 숙원이던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지었다.
그리고 만난 상대가 두산이었다. 두산과 3연전을 잡아내면 2위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롯데는 맥없이 3연패를 당했다. 그렇게 2위는 멀어져갔다.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포스트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롯데 페이스가 지속된다면? 로이스터 감독의 말은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
2008 한국 프로야구에서 정규 시즌 2위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마지막 티켓'과 동의어로 쓰인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늘어나며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의 우승 도전이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못해낼 일도 아니다. 한번 분위기만 타면 세상 어느 팀도 두렵지 않을만큼 가공할 힘을 발휘해 온 롯데가 아닌가.
마해영은 삼성에서 뛰던 시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잘해도 포커스는 늘 (이)승엽이에게 맞춰졌다. 그래서 승엽이를 넘어보려 애썼던 적이 있었는데 잘 안됐다. 오히려 슬럼프만 길어졌다. 그런데 승엽이를 인정하고 나니 내 성적도 좋아지더라."
롯데가 못해서 3위로 밀려난 것이 아니다. SK와 두산이 상대적으로 너무 잘했을 뿐이다. 롯데가 3위의 당당함을 되찾는 날. 부산 갈매기의 비상이 다시 가을 야구를 뒤흔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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