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호의 축구보기]원칙없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문제다

김호 기자I 2007.06.19 15:41:58
▲ 베어벡호의 지난 3월 훈련 모습 [사진=김정욱 기자]

우려하던 일이었다. 그리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관행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아시안컵 출전 대표팀 소집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 그렇다.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소집 규정에 따라 대회 개막 14일전인 23일 소집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고 프로축구연맹은 이날 정규리그가 열리는 점을 감안, 소집일을 하루 늦춰 달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베어벡-프로구단의 대결 구도로 비쳐지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프로 구단의 비협조를, 프로 구단은 베어벡 감독의 융통성이 없는 것을 탓하고 섭섭해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과 프로구단의 갈등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다. 본질은 제대로 된 원칙과 제도를 아직 정착시키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자세와 의식의 문제다.

지난 1월 올림픽 대표팀의 카타르 국제대회 출전을 두고 벌어졌던 갈등과 이번 논란은 모두 지난 해 국가대표 일정과 K리그 일정을 계획할 때 막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하는 A매치 데이는 이미 몇 년 전 나와 있고 이에 따라 K리그 일정을 정한다. 전년도에 다 하는 일들이다.

이때 고수해야 하는 원칙은 국가 대표 경기 일정이 K 리그 일정에 지장을 주는, 궁극적으로는 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리그 발전이 곧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이 같은 원칙을 염두에 두고 허심탄회하게 협의를 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문제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였다. 대등하게 대화가 이뤄져야 했지만 대부분 축구협회가 다양한 필요에 따라 대표팀의 운영 계획을 세우면 프로축구연맹은 이에 따라 K리그 일정을 꿰맞추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K리그 일정에 무리가 따르기 십상이었다..

요즘과 같은 파열음이 나오는 것도 이 탓이다. 아직 대한축구협회는 그들의 의도대로 대표팀 운영을 고집하고 있고 프로구단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프로축구 연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권리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프로 구단은 구단대로 반발하고, 대표팀 감독은 감독대로 볼멘 소리를 하는 지경에까지 가는 것이다.

또 생각해야 하는 점은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무리한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 부상이 속출하고 대표팀과 부상에 선수들을 빼앗긴 감독들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감독은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다. 이렇게 물러난 감독들이 한 둘이 아니다. 또 피로와 부상으로 부진한 선수들은 연봉 산정시 불이익을 받는다. 대표팀에 가서 부상했다고, 또 이 탓에 부진했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반면 소득은 대한축구협회와 국가가 가져간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올바른 관계를 구축해야 상생할 수 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제도화되지 않는다면 요즘과 같은 충돌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

덧붙여 베어벡 감독에게도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아시안컵에서 당장 성적을 올려야 하는 그의 처지는 이해할 수 있다. 훈련 시간도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히딩크,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면서 월드컵을 준비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프로 구단들이 한국이 개최하는 월드컵이라는 사실 때문에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던 2002년 월드컵에 대한.

만약 그렇다면 그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희생과 환경이 더 보장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발전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SPN 김호 칼럼니스트]


▶ 관련기사 ◀
☞[김호의 축구보기] 베어벡 감독 발언 논란과 한국 축구 발전
☞[김호의 축구보기] 박주영의 부활을 바라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