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서재응 '8학군 투수'란 생각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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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 기자I 2007.05.25 16:27:40

시애틀전 패배보다 더 치명적인 3승, 시애틀 매리너스전

▲ 서재응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서재응이 25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3승(4패)을 따냈습니다.

그러나 상처가 너무 깊습니다. 5이닝 13피안타 7실점의 기록도 그렇고 내용까지도 형편없는 졸작이었습니다. 과녁을 못 찾은 컨트롤, 밋밋한 무브먼트 등 한마디로 배팅볼 투수였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패배와 진배없는 낯 뜨거운 승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조 매든 감독의 신뢰도 이제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매든 감독은 10-4로 앞선 4회초 서재응이 또다시 선두 호세 로페스에게 가운데 펜스를 맞는 큼지막한 3루타를 맞자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습니다. 6점차의 큰 리드에 로페스가 홈에서 횡사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서재응은 12-4로 벌어진 5회에 2루타 한 방을 더 맞고 6회엔 4연속 안타를 내주며 끝내 강판됐습니다.

매든 감독의 말없는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가는 1점을 내줘 12-5가 되고 계속된 무사 만루서 교체할 때 행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을 지긋이 다문 채 마운드로 올라오더니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공을 홱 낚아 챘습니다.

매든 감독의 진노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상대가 돌을 던질 때만을 찾고 있던 때 다 꺼져가던 짚단에 불을 질러 놨으니까요.

경기도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구원 투수가 2점을 내줘 12-7이 되고 7회 홈런 한방으로 순식간에 12-10 '앞뒷집'으로 비화하면서 역전의 조짐까지 다분했으니까요.

천만다행으로 시애틀이 계속된 찬스를 못 살리고, 8회말 타이 위긴톤의 솔로 홈런이 나와 탬파베이는 넘어가는 흐름을 끊고 간신히 13-12 '동네 야구' 스코어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서재응의 치명적인 실수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목입니다. 자신의 난조에서 비롯된 난전을 타자들이 화끈한 공격으로 가름해줬으면 이후엔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다시 종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만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지고 있을 때 얻어 터지고, 여유있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뭇매를 맞는다면 결국 '답이 없는 투수'라는 이야기 밖에 성립 안됩니다.

안 그래도 매든 감독이 "새 투수들만 올라오면 선발 로테이션을 확 바꿔 버리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서재응의 거취는 이제 그야말로 안개 속의 벼랑 끝입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서재응에게 묘수는 없는 것일까요? 경기 후 그는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속내를 토로하면서 옛날 투구폼(와인드업 때 일시 정지 동작을 취하는 것)으로의 복귀 검토 등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해법은 시즌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칫 부상을 부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 날 그 자신의 모습이 답입니다. 1~3회 엎치락뒤치락 할 때와 큰 점수차로 앞선 4~6회도 전혀 바뀌지 않은 그의 피칭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4회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줬어야 했는데 똑같았습니다.

점수차가 커 상대 타자들도 한풀 꺾인 상태. 심기일전해 던졌다면 그동안 들쭉날쭉했던 피칭 밸런스까지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도 맥 빠진 채 다 차려진 밥상을 걷어찼습니다.

서재응은 냉정하게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난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20만 달러의 연봉 계약을 하고 시즌을 2선발로 시작했지만 그가 속한 팀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막장'인 탬파베이에 불과합니다.

또 연차는 어느 정도 됐지만 아직 한 시즌도 '풀 타임' 선발을 소화해보지 못하고 10승도 거두지 못한 '중고 신예'일 뿐입니다. 점수차가 벌어졌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풀어도 좋을 만큼 입지가 담보된 처지가 결코 아닙니다.

서재응은 자신이 '8학군 투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촌에서 1~2등을 다투는 투수도 아니라는 냉철한 자기 처지 인식에서부터 새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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