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사진으로 돌아 본 전반기 명장면

박은별 기자I 2015.07.17 08:11:11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박은별 기자]2015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승부가 펼쳐졌다. 하위권으로 예상 됐던 팀들이 기대 이상으로 분전하며 리그 전체 판도가 흔들렸다. 물론 기종 상.하위 팀의 구도가 순서상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었던 2015 프로야구 전반기. 명장면을 통해 그 뜨거웠던 순간들을 정리해 본다.

사진=kt위즈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김상훈 유동훈 은퇴식
레전드 배터리의 마지막 도전(신형 K5 퍼포먼스)

2015년 6월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서진=KIA타이거즈
△감동시구

올시즌 전반기 이색 시구도 많았다. 가장 팬들의 관심을 끈 건 해외 파병 장병의 감동 시구였다.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을만큼 비밀리에 진행된 이벤트. 국방부는 해외 파병 장병 중 시구 지원자를 모집했고 지난해 10월 남수단에 파병된 도경원 중사(28)를 선발했다. 도 중사는 전광판을 통해 미리 녹화된 메시지로 가족에게 인사를 전했다. 아내 서가영 씨(29)와 딸 도혜인 양(4), 아들 도정현 군(3)이 시구를 앞두고 영상에 집중하던 사이 도 중사는 몰래 kt 포수 장성우와 자리를 바꾸고 아내의 시구를 받았다. 이를 몰랐던 아내와 가족은 시구 후 남편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외에도 KIA 유동훈이 은퇴식에서 자동차를 사이에 두고 시구를 하는 장면도 독특한 퍼포먼스였다.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사이에 자동차를 두고 유동훈이 던진 공은 양쪽 창문을 관통, 포수 김상훈의 미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마야. 사진=두산베어스
△마야 노히트노런 그리고 퇴출

두산 마야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4월9일 넥센을 상대로 통산 12번째이자 외국인으로는 두 번째 노히트 노런 대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볼넷만 3개를 내주며 금자탑을 쌓았다. 그렇게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거듭나나 싶었던 마야. 기쁨도 잠시, 마야는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시즌 13경기에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8.17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두며 결국 방출되고 말았다. 마야와 함께 지난해 11번째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었던 NC 찰리도 방출 수순을 밟았다. 노히트노런 대기록 주인공들은 씁쓸한 뒷모습만 남기고 말았다.

NC-두산 벤치클리어링. 사진=NC다이노스
△벤치클리어링

논란의 벤치클리어링도 전반기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군 장면 중 하나였다. 올 시즌 처음 빈볼 투구로 퇴장당한 선수는 한화 이동걸.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1-15로 크게 뒤진 5회말 2사 2루 황재균 타석에서 몸쪽 위협구를 던져 퇴장 명령을 받았다. 잇따라 위협구에 흥분한 황재균이 화가 난 듯 이동걸을 쳐다보면서 마운드로 걸어갔고, 이동걸이 맞서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달려나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달 뒤엔 두산과 NC의 벤치클리어링 사건도 있었다. NC 선발 해커와 두산 타자 오재원간의 설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 장면만 두고 보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벤치클리어링 과정에서 두산 민병헌이 공을 던져 문제가 커졌다. 두 선수 모두 징계는 피할 수 없었다. 이동걸은 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200만원, 3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황당 시프트. 사진=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메이저리그도 놀란 파격 시프트

특이한 수비 전술로 팬들을 놀라게 한 감독도 있었다. 김기태 KIA 감독이었다. 13일 kt와 홈 경기에서 5-5로 맞선 9회초 2사 2,3루,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세우는 작전을 썼다. 투수 심동섭이 kt 타자 김상현을 고의사구로 거르는 과정에서 폭투를 범해 실점할 법한 상황을 대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KIA의 시프트는 현실에서 적용할 수 없었다. ‘경기 중 인플레이 상황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고 명시한 야구 규칙 4.03 때문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순간 착각했다. 심판진의 설명을 듣고 사과했다”고 판단 착오를 시인했다. 메이저리그도 주목했다.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우리는 정말 혁명적인 수비를 봤다”며 희대의 수비 시프트를 황당한 뉴스로 소개했다. 결과가 무엇이건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묻어난 대목이었다. 이 승부욕이 KIA를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게 만든 원동력이었음은 물론이다.

6월3일 오후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3회말 2사에서 삼성 이승엽이 400홈런을 쳐 홈을 밟은 후 류중일 감독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이승엽 400홈런. 그 후

이승엽은 욕심쟁이다. 그가 한.일 통산 500홈런을 쳤을 때 사람들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었다. 한국의 대표하는 홈런킹으로서 그에게 더 이상 필요한 숫자는 없는 듯 느껴졌다.

이승엽은 달랐다. 400홈런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한국에서만 친 홈런으로도 후배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불가능할 것 처럼 보였던 그 목표는 현실이 됐다. 지난 6월3일 포항 롯데전. 이승엽은 기어코 400홈런을 때려내며 한국 야구사를 새로썼다. 우리 나이 마흔살에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신화였다.

이승엽이 더욱 빛난 건 400홈런 그 이후였다. 그는 여전히 더 큰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겸손했다. 6월23일 사직 롯데전서는 2년차 조현우에게 홈런을 뽑아낸 뒤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돌아 화제가 됐다. 이유? 간단했다. “괜히 어린 선수 기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승엽이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다.

김성근 감독 권혁 볼 쓰다듬기. 사진=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볼 쓰다듬기

한화는 2015 프로야구 전반기의 가장 핫한 팀이었다. 각종 논란을 만들기는 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로 뛰어오르며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 팬들은 그런 한화에 열광했다.

그 중심에 권혁이 있었다. 마무리 상황 뿐 아니라 팀이 이겨야겠다는 상황에선 늘 마운드에 올랐다.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많은 등판이었다. 하지만 권혁은 늘 당당했고, 김성근 감독은 한결같이 그를 믿어줬다.

그리고 둘은 그림 같은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권혁이 위기에 몰린 상황. 김 감독은 조용히 마운드에 올랐다. ‘야신’이라고 불리는 김 감독이다. 사람들은 뭔가 긴 대화 속에 전략이 전해질거라 예상했다.

결과는 정 반대였다. 김 감독은 그저 조용히 권혁에게 다가가 볼을 한 번 쓰다듬더니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미안하고, 고맙다.’

둘 사이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한화 팬이 됐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말 보다 행동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는 걸 두 ‘남자’가 보여 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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