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조금씩 풀린다는 건 여름이 지쳐 가을이 온다는 이야기겠지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죠. 가을 야구는 곧 포스트시즌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요.
포스트시즌의 꽃은 단연 한국시리즈 입니다. 한해의 농사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늠하는 마지막 무대. 특히 한국 프로야구처럼 승자 독식의 구조에선 그 보다 더 중요한 경기는 없습니다.
여러분을 어느 팀의 맞대결이 가장 기다려지시나요. 응원하는 팀들에 따라 다르시겠지만…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입장에서만 생각해보면 단연 KIA와 롯데의 한국시리즈가 아닐까 합니다.
오랜 세월 4강권에서 멀어졌던 탓에 엘(LG)-롯(롯데)-기(KIA) 동맹으로 묶여 불리운 적도 있었던 팀들이죠. 하지만 롯데는 2년 연속 PS에 진출했고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한풀이에 성공했습니다.
두 팀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닙니다. 전국구 인기 구단이기도 하구요. 얼마 전 좋지 못한 일로 충돌해 보니 세상이 한번 들썩인 느낌이 들 정도로 파장이 크더군요.
롯데와 KIA, KIA와 롯데가 한국시리즈를 위해 잠실 구장에서 맞붙는다면… 정말 운동장이 터져나갈 듯 한 엄청난 에너지가 충돌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상상만으로도 설레이는 대결이죠.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운동장 환경이, 그리고 KBO의 규약이 좀 더 달라진 뒤 좋은 여건에서 붙어봤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현 규약상 롯데와 KIA가 한국시리즈서 붙게 되면 5,6,7차전은 잠실 구장에서 치르게 됩니다. KIA가 1만명이 조금 넘는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이 잠실 구장 같은 제3지역에서 치러지는 것은 반대입니다. 서울에 많은 팬들이 계시는 건 압니다. 또 서울에서 붙어야 제대로 응원이 양분돼 뜨거운 승부가 가능하다는데도 동의합니다.
하 지만 지역 연고제는 프로야구의 근간입니다. 홈 팬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합니다. 지역 경제를 생각해서도 그렇습니다. 롯데,KIA같은 전국구 구단의 포스트시즌을 보기 위해선 전국에서 많은 팬들이 부산과 광주로 모여들겁니다. 지역 사회 입장에선 좋은 관광 상품이 생기는 셈 입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본론입니다. 잠실구장에서 더 이상 중립경기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잠실 구장인 최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원정팀들에게 원성을 많이 산 구장입니다. 간단한 샤워시설은 물론이고 옷 갈아입을 공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 음엔 공간이 너무 협소해 안된다고 했었죠. 하지만 머리를 짜내니 방법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던 겁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제 잠실 구장을 찾는 원정팀들도 꺠끗한 곳에서 옷 갈아입고 밥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원정식당. 이건 선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구요.
원정 라커룸. 여긴 선수들이 옷도 갈아입고 간단한 마사지도 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넓진 않지만 훈련시간 따라 배분을 잘 하면 그리 북적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포스트시즌 입니다. 잠실에서 중립경기가 열리게 되면 누군가는 홈팀 노릇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잠실구장엔 중립구장서 홈팀 노릇을 해야 하는 선수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원 주인은 두산과 LG이니까요. 언제 있을지 모를 중립구장의 홈팀을 위해 무언가 만들어 둔다는 건 낭비입니다.
하지만 라커룸 없이 경기를 치를 순 없겠죠. 그래서 마련된 곳이 바로 여기 입니다.
이곳은 잠실구장 1루측 덕아웃 뒷편에 마련 돼 있는 공간입니다. 건너편엔 식당이 있는데요.원래 용도는 식당 물품의 보관 창고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곳은 선수들의 흡연실로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누군가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선수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습니다. 훈련이나 경기 중 가장 빠른 곳에서 가장 맘 놓고 담배를 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패 피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담배만을 위한 공간이 깨끗하게 관리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담배도 지저분할 뿐더러 여려가지 분비물로 더렵혀지기 쉽죠.
이곳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위의 사진은 시즌이 개막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구요. 다음 사진 들이 최근 모습입니다. 확연히 더러워진 것이 느껴지실 접니다.
간혹 걸레질 흔적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누구도 이 곳을 정성들여 청소하진 않습니다. 금세 또 더려워질 테니까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시즌 중엔 이렇게 운영되도록 방치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 그래서 누군가가 잠실의 임시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곳은 홈팀의 라커룸으로 단장을 해야 합니다.
물론 구석 구석 불편 없이 청소를 한 뒤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급조된 라커룸은 안온함 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지난해 KIA는 이곳에서 5차전과 7차전을 치러야 했습니다. 전력차이가 제법 났음에도 꽤 어려운 승부가 됐었죠.
당시 심한 몸살에 시달리던 이종범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기 원래 뭐 하던 곳이지? 몸이 그런가 을씨년 스럽고 영 분위기가 안 좋아.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들 기분이 별로라고 그래.”
세상엔 기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심리의 스포츠인 야구에선 더욱 중요한 것이 기운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140km를 던져도 믿고 던지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는 말이 해당될 겁니다.
앞으로는 우리 선수들이 담배 냄새 쩌든(그러나 외양만 잠시 바뀐) 곳에서 마지막 잔치에 나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하려면 좀 더 제대로 된 곳에서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야구장 시설 개선은 비단 팬들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선수들이 제대로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광주에 새 야구장을 짓기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30일 있었다죠. 다음엔 한때 쥐가 나오는 소동을 겪었다는 전설의 광주 구장 홈팀 라커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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