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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올시즌 프로농구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선수가 1명만 출전한다는 점이다. 과거 외국인선수가 한꺼번에 2명이 나설 수 있었던 시절에는 이들이 공격을 독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가 1명만 나오는 상황에선 국내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없이는 공격이 이뤄질 수 없다.
외국인선수 기용의 변화로 국내 토종 빅맨들이 역할은 그만큼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프로농구 출범 후 용병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토종 빅맨들이 올해 들어 화려한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더구나 3점슛 라인이 예전보다 더 길어지면서 외곽슈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토종 빅맨들의 주가도 더욱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토종 빅맨이라고 하면 서장훈(전자랜드), 김주성(동부), 하승진(KCC) 정도가 눈에 띄는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 외에도 김민수(SK) 함지훈(모비스) 송영진(KT) 백인선(LG) 등이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새롭게 가세한 하프코리안 문태영(LG), 이승준(삼성) 등이 용병급 기량을 뽐내면서 프로농구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7승2패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창원 LG는 혼혈 귀화선수 문태영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문태영은 올시즌 평균 22.2득점에 7.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LG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신장은 193cm 밖에 안되지만 탁월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골밑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거기에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백인선이 경기당 평균 8.4점에 2.1리바운드를 잡으면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수비 전문 선수로 각인됐던 백인선은 이번 시즌 훨씬 날렵해진 모습으로 공격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당초 LG는 외국인선수인 브래드쇼와 알렉산더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처럼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는데는 문태영 백인선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LG는 팀 리비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32.44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함지훈과 송영진의 성장도 눈에 띈다. 모비스의 토종센터인 함지훈은 팀 내에서 양동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하면서 평균 13.9득점 7리바운드 4.6어시스트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은 팀내 3위과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는 2위다. 같은 팀의 용병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동안 잦은 부상과 팀성적 부진으로 고전했던 송영진도 올시즌 평균 11.25점에 4.25리바운드로 초반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2006-07시즌 13.74점 이후 3년만에 두자릿수 평균득점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서울 삼성의 혼혈 센터 이승준도 기대 이상이다. 경기당 평균 16.83점에 8.0리바운드로 삼성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팀 내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19.5득점 7리바운드)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기존 간판스타들도 더욱 신바람을 내고 있다. 서장훈은 팀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평균 20.56득점(6위) 7.89리바운드(8위)를 기록하며 전성기 시절 모습을 회복했다. 2004-05시즌(22.07점)이후 5년만에 평균 20득점대 활약을 기대해볼만 하다.
김주성 역시 지난 시즌 평균 13.89점 5.17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올시즌에는 17.38득점 6.75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용병제 변화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원조 혼혈 귀화선수'인 김민수 역시 지난 해 14.30점의 평균득점을 올해 16.88점으로 끌어올리며 한층 발전한 득점력을 과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