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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섹시코드 속 '희망-위로歌' 뜬다

양승준 기자I 2008.11.11 11:27:51
▲ 그룹 빅뱅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올 한 해는 여느 해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늘이 가득했다. 서해안 기름 참사 소식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 그리고 잇단 연예인들의 자살, 고유가 고환율로 가시화된 경제 위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시름 소리가 일년 내내 그칠 줄을 몰랐다. 혹자는 올 한 해를 ‘제2의 IMF’라 일컬으며 극으로 치닫는 정치 경제 전반의 혼란을 걱정하기도 했다.

사회가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대중 문화도 영향을 받는 법. 사람들이 생활의 시름을 잠시 잊고 대중 문화 속에서 웃음과 위로를 얻으려하기 때문에 대중 문화 콘텐츠도 시대 분위기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

가요계는 이에 ‘복고’ 바람이 거셌다. ‘복고 코드’는 현재 생활에 위기 의식이나 회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편안함과 동시에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과 원더걸스의 ‘소 핫’ 같이 쉽고 단순한 가사 그리고 반복적인 비트가 특징인 복고풍 음악이 인기를 누리고 이승기와 플라이투더스카이가 낸 리메이크 앨범이 음악 팬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요계 '감성마케팅', '희망-위로歌'로 어필

최근 가요계도 이런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을 위로하는 ‘감성 코드’ 음악들이 동방신기 비 손담비와 같은 ‘섹시 코드’ 속에서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안긴 빅뱅의 ‘붉은 노을’과 김종서의 ‘아버지’와 같은 노래들이 그것이다.
▲ 빅뱅의 '붉은 노을' 뮤직비디오

지난 5일 두번째 정규 앨범 ‘리멤버’를 발매한 빅뱅은 ‘붉은 노을’이란 ‘희망가’를 들고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특히 ‘붉은 노을’ 뮤직비디오는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빅뱅 멤버들이 1만 여 시민들과 함께 서해안을 찾는 장면이 담겨 의미를 더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빅뱅 멤버들은 시민들과 안면도의 지는 해를 함께 감상한 후 수산시장을 방문해 대하, 조개, 회 등을 먹으며 사람들이 다시 서해안을 찾아줄 것을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단순한 사랑 노래인 '붉은 노을’을 서해안 기름 참사를 딛고 일어서자는 ‘희망가’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또 이문세의 동명 곡을 샘플링한 ‘붉은 노을’은 빅뱅 특유의 경쾌한 유로풍 전자 사운드와 멤버들의 화려한 보컬과 랩이 어우러져 흥을 더했다.

‘붉은 노을’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네티즌들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음악이 신나기도 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진다", "요즘 여러모로 우울한 시기에 ‘붉은 노을’을 듣고 있으면 기운이 난다” 등의 글을 올리며 빅뱅판 ‘희망가’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김종서는 최근 ‘아버지’라는 싱글을 발매하고 이 시대 ‘고개 숙인 아버지’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내 오랜 친구 언제나 내게 끝없이 주기만 했었죠. 그 모든 게 당연한 줄 알았죠’로 시작하는 김종서의 타이틀곡 ‘아버지’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심경을 가사로 푼 노래. 이 곡은 최근 구조조정 한파 속 명예 퇴직 등으로 위축된 기성 세대를 보듬는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자신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 김종서-박기영-신승훈-호란-에픽하이(사진 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아날로그 음악 적극 활용...'전자음악 홍수 속 마음의 안식을'

가수들은 이런 분위기를 틈 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음악에 '아날로그 감수성'을 활용하고 나서기도 했다.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최근 발매한 소품집 '러브스크림'의 음악적 콘셉트를 '아날로그 음악'으로 잡았고, 박기영 신승훈 '클래지콰이' 호란 등도 어쿠스틱 기타를 강조한 새 음반을 내고 지친 음악 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복고 열풍에 이어 최근 불고 있는 ‘희망-위로가’ 열풍에 “사회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난해하고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쉽고 단순한 멜로디의 음악이 각광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1990년대 가수들의 복귀가 인기를 끄는 것이나 ‘붉은 노을’ 같은 음악이 주목을 받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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