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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영화 음향 전문업체 라이브톤의 4년차 폴리 아티스트 박준오 씨는 대학(동아방송대)에서 선후배들과 영화 제작을 하다 이펙트 라이브러리에 딱 맞는 사운드가 없어 직접 녹음을 하기 시작한 것이 직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영화 '왕의 남자', '괴물', '아파트', 드라마 '태왕사신기' 등의 폴리 작업을 해왔다. 영화 ‘친구’ 등의 폴리를 담당한 국내 폴리 아티스트의 원조격인 박준오 씨와는 동명이인.
봉준호 감독의 ‘쉐이킹 도쿄’를 작업 중이던 그는 “여기 거스름돈 짤랑이는 소리도 (폴리를) 넣은 거예요”, “유리잔과 수도꼭지가 부딪히는 소리는 현장에서 우연히 발생했다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다고 봉 감독님이 꼭 다시 살려달라고 하셨어요”라며 대사와 약간의 사운드만 들어간 영상과 그가 폴리를 덧입힌 영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설명했다.
박준오 씨는 ‘괴물’, ‘태왕사신기’ 등 공개 전까지 극비리에 작업이 진행됐던 작품들의 폴리를 담당한 바 있다. 완성본을 가장 먼저, 시사회보다 앞서 접하게 되는 재미도 있겠다고 하자 그는 “후반작업 중에서도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일이라 남들보다 먼저 보는 즐거움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은 내가 소리를 넣어 이 영화를 완성시킨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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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왕자’에서 주인공 탁재훈이 폴리 아티스트로 분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폴리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지만 아직은 정보가 미비한 상태. 박준오 씨에게 일반인들을 대신해 궁금증 몇 가지를 물었다.
- 폴리 아티스트가 되는 길은
▲ 현재 우리나라에 폴리 아티스트 전문 양성 기관은 없다. 대학 내에서 음향제작계열의 학과에 들어가 영상, 음반, 공연 중 영상음향을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동아방송대, 공주영상대 등에 음향제작과가 있다.
- 소리에 민감한 사람만 할 수 있나
▲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소리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는 습관이다. 폴리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에 대해서 쉽게 지나쳐버리지 않는 것이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고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장면이나 상황들이 나올 때가 많다.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들어야 한다. 궁금하면 소리를 만들어보고 만져보고, 그것을 자기 머리에 데이터베이스화 하면 된다. 특별한 기술보다는 상황에 맞는 소리를 생동감 있게 살려주는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 근무여건은
▲ 또래에 비해 보수가 적은 편은 아니다. 나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지만 프리랜서들은 더 많이 번다. 하지만 스케줄이 규칙적이지 않아 ‘퇴근’ 개념이 없어 한 달에 집에서 잠을 자는 날이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영화 일이 모두 그렇듯 일도 고되고 자기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안정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 좋아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현장 스태프로 일하는 친구들이 연봉 600만원 받으며 일하는 것에 비해서는 편한 것이다.
-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는
▲ 작은 소리들이 만들기 힘들다. 영화 ‘궁녀’에서 허벅지에 수를 놓는 소리처럼 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특징적인 부분을 살려야 하는 것이 어렵다. 파리가 날아가는 소리, 바퀴벌레 기어가는 소리,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소리, 아이가 엄마 젖을 빨 때 나오는 소리 등이 가장 어려웠다.
- 자신의 작업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 최근 것들 중에서는 앞서 말한 ‘궁녀’의 수놓는 장면이다. 이 소리를 어떻게 만드나 한참을 고민하다 귤껍질을 여러 겹 겹쳐 찢으면서 나오는 소리를 썼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주변 친구들이 “정말 잔인하더라”고 말해 내가 의도하는 바가 그대로 캐치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 사운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잘 봤다”, “어떻게 만들었냐” 물을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 관객들이 만들어낸 소리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때도 기분 좋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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