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배우의 길 0.1%도 생각치 않았다"

김용운 기자I 2008.01.31 14:26:04
▲ 류승범(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대게 그렇다. 배우와 인터뷰를 하다 보면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그 꿈을 혼자 품고 있었는지, 아니면 겉으로 드러내왔는지 정도의 적은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류승범(29)은 예외에 속한다. 그가 배우가 된 것은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친형이 영화를 만들면서 싼값(?)에 쓸 배우가 필요해서 지금의 길로 들어섰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의 데뷔작은 2000년 류승완 감독이 65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첫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나이트클럽에서 DJ로 활동하며 훗날 음반프로듀서가 꿈이었던 류승범은 형 덕분에 엉겁결에 카메라 앞에서 섰고, 배우가 됐다. 문제(?)는 불량학생 상환 역을 맡았던 류승범의 연기가 너무도 생생하게 살아있었던 것.

결국 류승범은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다찌마와 리’에도 출연하게 됐고 현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흥행감독이 된 임순례 감독의 전작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출연하며 다른 감독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류승범은 그렇게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배우가 됐고, 또래 남자 배우들 가운데 독특한 색깔을 지닌 연기자로 두곽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배우의 길 0.1%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신작 ‘라듸오 데이즈’(감독 하기호, 제작 싸이더스FNH)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류승범은 "20대 초반 배우가 돼 서른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연기로 밥벌이를 하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 제작의 밑바닥부터 고생을 해온 형을 곁에서 지켜봐왔지만 자신은 영화에 대해 특별한 관심도 없었거니와 배우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류승범은 2001년 드라마 ‘화려한 시절’로 지상파 드라마에도 얼굴을 알렸다. 이후 류승범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는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 기승전결의 단계를 밟기보다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변용시키는 방식으로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안성기(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 최민식(영화 '주먹이 운다')과 황정민(영화 '사생결단') 이미숙 (드라마 '고독') 등 쟁쟁한 선배들의 맞상대로 연기를 펼치면서도 류승범은 한 번도 기죽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사람들이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그 말에 미쳐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류승범은 “주변의 칭찬과 격려 덕분에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만에 빠져 건방지게 살았던 시기도 있었음을 털어놨다.

◇ "어느새 서른 목전...나이 먹는 게 좋아"  

“수입차 타고 다니며 만날 술 마시고 놀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사고도 치고 제가 제 스스로를 잘 몰랐던 시간이었죠.”
 
류승범은 “뒷수습 따윈 고려치 않던 청춘의 불안정한 시기가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류승범은 2년 전부터 소홀했던 신앙심을 다시 되찾으며 인생관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작고 소박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 류승범(사진=김정욱 기자)


“아직도 미래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 장막이 걷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나이 먹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전처럼 쉽게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게 되더라구요.”
 
류승범은 “20대는 영화라는 매체를 만났던 시기라면 서른이 된 지금은 내 스스로가 좋은 배우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한 발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 ‘라듸오 데이즈’의 한량 로이드..."지금까지의 배우 류승범은 잊어도 좋다"

류승범이 ‘라듸오 데이즈’에서 맡은 배역은 1930년대 식민지 시대 경성에서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좌충우돌 하는 PD 로이드다. 세상만사 다 귀찮은 한량 PD지만 모처럼 라디오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열정에 불타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지금까지 했던 배역 중에 가장 달랐던 캐릭터입니다. 한 달 반 동안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배우들끼리 합숙을 하면서 재밌는 경험도 많이 했구요.”
 
류승범은 영화 속 로이드에 대해 “촬영하면서 많이 편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때처럼 와이드 액션을 하지 않아도 됐고, ‘주먹이 운다’에서처럼 혹독한 복서 입문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됐다. ‘사생결단’ 역시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캐릭터였기에 쉽지 않았다.

“사랑의 불꽃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로이드는 연출자에 불과합니다. 그간에 출연했던 작품들이 캐릭터 중심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인물이 드라마 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중점을 둔 영화라 주 조연의 구별도 다소 무의미한 영화였지요. 그래서 제가 주인공이라고 하는 것도 조금은 민망합니다.” 
 
▲ '라듸오 데이즈' 출연진과 함께 선 류승범(사진=김정욱 기자)


류승범은 ‘라듸오 데이즈’ 이후 오랜만에 형인 류승완 감독의 작품에 다시 출연하게 됐다. 지난 2000년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눈길을 끌었던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의 장편 버전인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 임원희, 박시연을 비롯한 공효진과 함께 출연하게 된 것.
 
한때 연인 사이였던 공효진과의 출연으로 인해 둘의 사이에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고 하자 “종교적인 동지다”며 특유의 씨익 웃는 표정으로 말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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