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직업]①리얼리티vs 스토리

김윤지 기자I 2016.08.30 08:10:00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SBS 새 수목미니시리즈 ‘질투의 화신’이 기상 캐스터 비하로 온라인을 달궜다. 1회 첫 장면은 기상 캐스터인 여주인공 표나리(공효진 분)가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 가슴과 엉덩이를 내밀며 과장한 자세로 날씨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밖에도 방송국 내 구성원들에게 하대 당하고, 시급 7만원을 받으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한다는 설정이 문제가 됐다.

이 드라마의 자문을 맡은 최윤정 기상 캐스터는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지적에 나섰다. 이에 ‘질투의 화신’ 측은 기상 캐스터로 자부심을 느끼며 성장하는 캐릭터의 변화를 주목해 달라며 비하의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드라마 속 직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업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시대를 반영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시대상 반영한 직업군

우여곡절 끝에 고시에 합격한 젊은이. 과거 드라마에는 자수성가형 인물이 꼭 등장했다. 1990년대 드라마에선 신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을 광고 제작자나 디자이너로 설정했다.

요즘에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 자주 나온다. 각박해진 세상살이를 대변한다. 사연은 각기 다르지만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강태양(현우 분)과 종합편성채널 JTBC ‘청춘시대’의 윤진명(한예리 분) 모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 학생 신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블채널 tvN ‘치즈인더트랩’의 홍설(김고은 분),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의 은하원(박소담 분) 등은 학자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시대와 상관없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전문직도 있다. 의사와 변호사, PD, 기자 등이다. 특히 의학 드라마는 꾸준히 인기다. KBS2 ‘뷰티풀 마인드’, MBC ‘W’, SBS ‘닥터스’ 등 방영 중이거나 최근 종영한 드라마로 모두 주인공의 직업이 의사다. SBS ‘추적자’(2012), ‘펀치’(2014) 등으로 유명한 박경수 작가는 올 여름 신작 ‘진격’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당초 의학물로 구상했으나 소재가 겹쳐 경찰로 바꾸고 시기를 늦췄다.

‘굿닥터’ 방송화면 캡처
◇늘 따라붙는 현실성 논란

박신혜는 SBS ‘닥터스’ 방영 당시 네일아트 논란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극중 외과의사 유혜정 역을 맡았다. 수술 장면에선 그의 손이 클로즈업 됐다. 매니큐어를 바른 긴 손톱으로 환자의 상처를 만지는 대목에 일부 시청자는 놀라움을 표했다. 위생에 철저해야 하는 의사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드라마 속 여자 의사 사진을 모아 손톱만 비교하는 ‘손톱 검사’ 게시물도 등장했다. 결국 박신혜는 시청자의 지적을 받아들여 네일아트를 지웠다.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직업의 현실적인 묘사 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때론 리얼리티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일부 전문직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웰메이드라 호평 받은 tvN ‘굿와이프’ 속 재판 장면도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다. 법정의 구조나 검사의 복장 등이 그렇다. 미국 드라마가 원작이기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다만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고,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문제시 되지 않았다. 결국 실제에 입각해 정확하게 묘사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극에 녹이느냐가 중요하다.

◇“창작의 영역 존중 받아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하는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직업의 수는 1만1440개다. 1969년 3천여개에 불과하던 직업 수와 비교된다. 그러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직업의 수는 사실상 정해져 있다. 과거엔 디자이너, 요즘엔 웹툰 작가처럼 유행을 타는 직업 몇 가지를 빼곤 크게 다르지 않다. 재벌은 단골손님이다. 최근에는 재벌 3세가 늘었다는 점 정도다. 간정광고(PPL) 유치가 용이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일 수 있는 장점 탓이다.

창작의 영역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인공의 직업을 포함해 자신의 작품을 허투루 쓰는 작가는 없을 것”이라며 “작가 대다수가 집필에 앞서 오랜 기간 공들여 취재한다. 해당 직업의 생리는 어떤지 불문율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실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창작을 하고 있다. 직업의 변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제작진 역시 시청자의 재미와 감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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