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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14연승이 나온 것은 이번이 6번째다.
14연승에 도달한 팀은 10구단 중 NC가 4번째다. 앞서 삼성 라이온즈,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SK 와이번스만 14연승을 달려봤다.
NC는 1992년 빙그레와 연승 동률을 이뤘고 이제 삼성의 16연승과 SK의 22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전까지 NC의 최다 연승은 8연승이었다.
14연승은 1군 진입 5년만에 거둔 쾌거다. 반란의 막내를 넘어 리그를 지배하는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뜻하는 연승 행진이다.
그러나 어쩌면 연승은 그다지 큰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NC의 꿈은 보다 높은 곳에 있다. 우승을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지만 이제 그 때가 왔음을 굳이 부인하려 하지도 않는다. 우승 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 구단의 진정한 목표지만 그 과정에서 우승이라는 결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지금 NC의 연승은 그런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승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연승의 분위기를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연승 후유증이라는 말이 있다. 연승을 달릴 때 지나치게 힘을 뺀 것이 이후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실제 연승이 계속되면 선수들은 피로감을 덜 느낀다. 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패배의 아픔을 다시 겪에 되면 묻어 두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승을 하는 것 보다 이후 유지가 더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NC의 연승은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덜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NC가 연승 그 이후에도 리그를 지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불펜에 대한 소모가 적다. 14연승 기간 동안 선발이 평균 6이닝을 던져줬다. 나머지 3이닝은 불펜의 몫이었다. 최금강과 김진성이 다소 많은 투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선발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다보니 불펜 투수들을 일찍 투입할 이유가 적었던 것이다.
에이스 해커가 부상과 아내 출산으로 장기 이탈한 상태에서 거둔 연승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이 시기에 등판한 정수민은 해커의 공백을 잘 메우며 팀의 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힘도 막강했다. 넷이 한꺼번에 터지는 날도 있었지만 한, 두 선수는 침묵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든 한 번은 터지며 연승이 이어졌다. 영웅이 매 경기 달라졌던 셈이다.
심리적으로 훨씬 편할 수 있는 배경이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부담에서 벗어난 NC 중심 타자들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다양한 백업 멤버의 활약도 빼 놓을 수 없다. 내야 유틸리티맨인 지석훈과 테임즈가 빠지면 채워줄 수 있는 조영훈, 외야수 김성욱 등 주전에 가까운 백업 멤버들이 있어 주축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하며 연승 행진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들은 남은 시즌서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NC의 연승은 지금 당장에라도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승 기간 동안 보여 준 NC의 저력이다. 후유증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탄탄한 전력의 힘. 순리를 거슬지 않는 적응력의 힘. 그것이 NC 연승의 진짜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