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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최선을 다해 경찰청 야구단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야구단이 생기면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일탈 시도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어들었으며, 유망주들이 병역 의무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음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청춘들에게 어떻게든 살 길을 열어 주자는 어른들의 노력에는 얼마든지 박수를 보낼 수 있다. KBO와 각 구단이 주장하는 경찰청 야구단 존재의 이유에는 한 마디도 틀린 것이 없다.
다만 야구에 인생을 건 청춘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들 역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고양 원더스 문제다.
원더스엔 군 문제로 제대로 경쟁해 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어렵게 프로 문은 뚫었지만 현역 복무 이후 방출된 선수들이 문을 두드린 곳이 바로 원더스다.
군 문제를 떠나서라도 고양 원더스는 한 번 이상 실패를 맛 본 청춘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꾸었던 꿈을 어떻게든 이뤄보기 위해 맨 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KBO와 구단들은 여전히 고양 원더스를 향한 높은 벽을 쳐 놓고 있다.
원더스에서 기량이 업그레이드 돼 필요한 선수가 되면 빠르게 영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 원더스가 원하는 경기수 확충에 대해선 무겁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전에 비해선 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3군이나 잔류군과 연습 경기 숫자가 좀 늘어난 것이 전부다.
고양 원더스는 지난 2년간 번외 경기 형식으로 퓨쳐스리그 48경기를 치러왔다. 일주일 내내 경기가 없던 적도 허다하다. 100경기 이상을 약속한 KBO측 인사가 있었지만 공식적인 결정이 아니었다며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시즌을 꾸준히 치러 본 선수와 띄엄띄엄 경기만 해 본 선수의 차이는 크게 갈라질 수 밖에 없다. 또한 프로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선수들에게 퓨쳐스리그라는 공식적인 테두리는 꿈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너무 멀어 보이던 꿈에 한 걸음 다가갔음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너무도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면 남의 자식 아픔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생의 길이 열리고 그 길 위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아이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같이 이기는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KBO와 각 구단이 진정으로 청춘들에게 길을 열어 주고 싶다면 더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먼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