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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씨, OOO이라 오해해서 미안해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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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기자I 2013.07.01 08:24:34

"스토커 이미지, 김규완 작가 믿으며 걱정 덜었다"
"'안아주세요'란 제목으로 방송됐다면 어땠을까, 아쉬움도"
"'출생의 비밀', 앞으로 드라마 판도 바꿀 시초가 될 것"

배우 유준상이 SBS 주말 미니시리즈 ‘출생의 비밀’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의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사진=나무액터스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준상씨, 너무 미안해요.” 배우 유준상은 ‘껄껄’ 웃었단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준상은 어느 날엔가 SBS 드라마국의 ‘높으신 분’이 자기에게 사과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SBS 주말 미니시리즈 ‘출생의 비밀’ 촬영이 한창이던 때였다.

“국장님이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을텐데, 미안해요’라고 하시더라. 홍경두를 연기하면서 ‘스토커’라는 말까지 들었으니, 아마 배우로서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을까 우려하신 것 같다. 저도 전작(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 역)에선 ‘국민 남편’이라고 좋은 소리만 듣다가 이번 드라마에서 별 말을 다 들었다. 걱정이 되긴 했다. 나도 ‘이미지 관리’라는 거, 잘 안 되서 그렇지 하고 싶단 말이다, 하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일관된 1시간의 인터뷰 시간 동안 유준상은 ‘출생의 비밀’이란 작품이 얼마나 소중한 의미였는지를 이야기했다. 듣고 있자니 “제목부터가 막장 드라마다”며 외면했던 시청자들이나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작품을 평가 절하한 기사들까지, ‘국장님’이 그렇했듯 모두가 그에게 “미안해요”라고 사과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내 생애 이렇게 여자한테 막 대했던 적은 처음”이라는 유준상은 ‘출생의 비밀’로 “된통 욕을 먹었지만 그래도 좋았다”며 웃는 천상 배우였다.(사진=나무액터스 제공)
▲“스토커 이미지 미안해요.”

‘출생의 비밀’의 홍경두는 바보스러운 사람으로 묘사됐다. 드라마 소개란에도 명시돼 있다. ‘해리성 기억장애로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성유리 분)의 딜레마와 천재 딸(갈소원 분)을 대하는 무식한 아버지(유준상 분)의 눈물 어린 부성애를 그린 드라마’라고.

유준상은 한번도 홍경두 역을 바보처럼 연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경두는 절대 바보가 아니고 한 순간도 바보처럼 표현하려하지 않았다”며 “경두 같은 남자 캐릭터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낯설게 받아들인 거다”고 말했다.여자한테 막 대하면서도 사랑한다며 떨어지지 않는 탓에 ‘스토커’ 소리를 들었지만 그건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끝까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홍경두란 인물은 사랑을 괴로움 혹은 고통스러움으로 전락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소속사 측에서도 이 부분을 걱정할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상황이었지만 유준상은 김규완 작가를 믿었다.

“오히려 경두에 대한 시청자들의 오해가 쌓일 수록 반전의 감동이 클 거라 생각했다. 국장님이 미안하다고 하셨을 때도 ‘전 괜찮은데요? 작가님이 알아서 해주실테요’라고 웃었다. 역시나 경두의 진심이 전달되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돌려주셨다.”

‘출생의 비밀’은 원래 ‘안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탈 뻔했다. 유준상은 ‘야릇한 상상을 하게 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린 것이 여전히 아쉽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사진=나무액서트 제공)
▲“제목 때문에, 미안해요.”

그럼에도 ‘출생의 비밀’은 전국시청률 7%대에 머무는 성적을 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백년의 유산’이 전국시청률 30%를 넘기며 종방했던 것과 비교됐다. 게다가 비슷한 시간대 전파를 탄 MBC ‘금나와라 뚝딱’이나 KBS2 ‘최고다 이순신’은 각각 전국시청률 10%, 20%를 훌쩍 넘기는 성적을 보였던 터라 주말 안방극장에서 ‘출생의 비밀’이 차지한 비중은 크지 못했다.

부진의 ‘비밀’은 사실 ‘잘못된 첫인상’에 있기도 했다. ‘막장 코드’의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엄마 뱃속’과 ‘아빠의 씨’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 아니던가. 그래서 ‘출생의 비밀’은 “제목부터 막장이구만” “이젠 대놓고 막장을 만든다”는 식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야속하게도 ‘금나와라 뚝딱’, ‘최고다 이순신’, ‘백년의 유산’ 등 주말 드라마가 모두 이러한 코드를 안고 있었던 지라 ‘출생의 비밀’ 역시 같은 부류로 묶여 오해를 받았다. 유준상은 이 부분에서 아직도 아쉬움이 만히 남는 듯 했다.

“원래 제목은 ‘출생의 비밀’이 아니었다. 다들 ‘출생의 비밀’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도 ‘아 그건 안돼, 너무 막장 드라마 같잖아’라고 반대했었다. 그래서 ‘안아주세요’라고 바꿨고,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심의에서 걸렸다. ‘안아달라’는 말이 ‘에로틱’하다고, 하하. 우리 드라마는 사실 ‘출생의 비밀’이라 쓰고 ‘탄생의 의미’라고 읽어야 한다. 기억을 찾고 개과천선한 정이현(성유리 분)이나, 가족이란 울타리를 찾은 홍경두나, 둘 사이를 이어준 딸 홍해듬(갈소원 분)이나, 모두 새로 태어난 듯 새 인생을 맞았으니.”

‘초긍정의 아이콘’이라는 유준상은 “케이블TV에서는 시청률 7%가 대박 아닌가?”라며 ‘출생의 비밀’의 부진했던 성적을 좋게 해석했다.
▲“시청률로만 봐서 미안해요.”

유준상의 ‘변(辨)’을 들으니 ‘출생의 비밀’이야 말로 시청률로만 설명해선 안 될 작품이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유준상은 “우리 작품 때문에 시청률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내 “체감시청률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40% 못지 않았는데”라며 웃었다.

“그래도 ‘다시 생각하니 좋더라’, ‘홍경두의 진심이 뭔지 알겠다’는 반응이 나와서 위안이 된다. 아쉬워해야 무슨 소용이 있나, 다 끝났는데, 하하. 난 ‘출생의 비밀’이 앞으로 드라마 판도를 바꿀 시초가 될 거라 믿는다.”

유준상에 따르면 ‘출생의 비밀’의 김규완 작가는 이번 작품을 오기로 썼다. “막장이라고? 마지막까지 절대로 막장의 ‘막’자에도 어울리지 않는 ‘힐링 드라마’를 만드리라”는 오기 말이다.

“대놓고 막장 드라마 같았던 작품이 보란듯이 막장이 아니었을 때, 시청자들이 느낀 감동은 분명 컸다. ‘출생의 비밀’은 정말 근래에 보기 힘든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시청률로 따지면 미약한 시작이었지만 이런 작품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 드라마가 한층 성숙해지는 창대한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유준상은 10년 전 MBC 사극 ‘어사박문수’를 찍었을 당시를 떠올리며 ‘출생의 비밀’에 대한 믿음을 더욱 단단히 했다. 지금은 판타지 사극, 퓨전 사극 등의 장르로 현대극과 같은 말투와 톤이 보편화됐지만 그때만 해도 정통 사극의 매너를 지키는 게 ‘철칙’이었다. 이러한 편견을 깬 것이 유준상이었다.

“다들 ‘다모’가 성공해서 퓨전사극의 시초가 그 작품인 줄 안다. 그런데 정말 잘 아는 분들은 블로그에 ‘어사 박문수’의 유준상이 처음이라고 하신다, 하하. 그때 내가 감독님한테 ‘칠복이랑 붙은 장면은 좀 가볍게 가면 안 되나’ 여쭸다.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했다. 사람들이 ‘저게 뭐야?’라고 반응했는데 난 더 편하게 갔다. 주변 동료들도 ‘KBS 사극이었으면 징계 먹을 일이지 MBC여서 이해가 됐을 거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출생의 비밀’도 막장 드라마에 대한 인식을 바꿀 계기가 될 거라는 믿음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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