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야구 캐스터가 글로 전하는 야구

이석무 기자I 2013.05.24 12:16:19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야구 중계 캐스터가 말이 아닌 글로 스포츠를 전한다? 어딘지 낯설지만 그만큼 신선해 보인다. 사실 야구 캐스터는 누구보다 현장과 밀접한 사람이다. 야구를 직접 하는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야구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보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MBC스포츠플러스의 베테랑 야구 캐스터 정우영(38)씨가 프로야구의 짜릿한 순간을 글로 적어 읽기 편한 책으로 냈다. 제목은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 가벼운 에세이집인 동시에 정보를 전해주는 안내서다. 물론 야구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야구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야구장에 대한 책이다.

서울, 인천, 대구, 광주, 대전 등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에서의 일상과 뒷얘기들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생생하게 소개한다. 심지어 캔자스시티로 떠난 메이저리그 출장에서 일어난 일까지 포함돼있다. 야구장 안은 물론 밖에서 일반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깨알같은 정보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야구 보다 야구 외 이야기가 더 많다. 특히 스스로도 ‘야구장 먹방 실황 중계’라고 부제를 붙일 정도로 먹는 이야기가 곳곳에 자리해있다. 과장을 보탠다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 정도다. 꼼장어, 치킨, 오징어찌개, 짬뽕 등 먹을게 수없이 나온다.

원래 정우영씨는 아나운서가가 되기 전에 신문기자를 준비했다. 시나리오 공모전까지 나갈 정도로 글 실력이 남다르고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글 대신 말로 먹고 살고 있지만 글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크다.

2011년에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J.C 브래드버리 미국 케네소 주립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쓴 ‘괴짜 야구 경제학’을 번역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구장과 방송국을 오가며 1년에 몇 달은 지방 출장으로 숨돌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사이 틈틈히 메모를 해가며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그렇게 2년을 준비한 끝에 힘들게 나온 책이다.

정우영씨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야구장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일본의 인기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이라는 베스트셀러가 결정적이었다. 주니치 드래곤스의 광팬이기도 한 오쿠다의 책을 읽고 나서 한국에서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단다.

오쿠다만큼 유명한 작가는 아니더라도 야구장을 습격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본인은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책 편집에 맞추다보니 몇 가지 에피소드가 빠졌기 때문이다. 2판을 내게 되면 포항구장이나 김해 상동구장, 함평 볼파크 등 일반 야구팬들에게 생소한 구장에 대한 소개도 덧붙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마음이다.

다음 책에 대한 구상과 준비도 진행 중이다. 각 스포츠 종목별로 총망라해서 제대로 된 명언집을 내는 것이다. 이미 1년전부터 자료 수집과 번역 및 해설 작업을 시작했다. 언젠가 제대로 된 야구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도 이루겠다는 포부다. 한스미디어. 가격은 1만2800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