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외국인투수 크루세타를 구원투수로 기용한 것. 선동열 감독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던 선발 장원삼이 6회말 2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바로 투수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구원투수는 기존의 필승계투조가 아니라 선발요원이었던 크루세타였다. 지난 해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처음 밟은 뒤 줄곧 선발투수로만 활약했던 크루세타가 38경기만에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크루세타는 첫 타자 강귀태와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좌전안타를 허용해 실점을 내줘야 했다. 이어 다음타자 장기영 타석 때는 폭투까지 허용해 2사 2,3루에 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장기영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해 추가실점을 면한 크루세타는 7회말에도 등판해 볼넷과 좌전안타 1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없이 이닝을 마쳐 자기 몫을 해냈다. 상대 2루주자 강정호의 주루실수도 크루세타를 도왔다.
첫 구원등판에서 1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크루세타는 앞으로 삼성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크루세타의 불펜 기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9일 넥센전을 앞두고 "크루세타를 구원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장원삼, 배영수, 차우찬의 선발진이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 나이트까지 복귀한 만큼 선발진에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무엇보다 크루세타의 구원 전환은 삼성의 '지키는 야구'를 강화하겠다는 선동열 감독의 의지가 그대로 나타나있다. 삼성은 올시즌 5회 이후 리드할 경우 31승 무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불펜진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불펜진의 주축인 정현욱, 안지만, 권혁 3명으로는 시즌 막판까지 버티기 쉽지 않다는 것이 선동열 감독의 생각이다. 권오준이 8월 중순에 돌아오더라도 확실한 불펜투수가 한 명 정도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행히 크루세타 본인도 큰 불만이 없는 듯 하다. 크루세타는 한국에서 선발로 활약하지만 미국에선 구원투수로 활약한 경험도 많다. 2007, 2008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거의 구원투수로 뛰었고 메이저리그 19경기 등판 가운데 선발은 3경기 뿐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크루세타가 짧은 이닝을 힘있게 던질 수 있다"라며 불펜에서의 큰 활약을 기대했다.
크루세타는 10일 경기를 마친 뒤 "미국에서도 중간계투를 많이 해서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단지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을 뿐이다"라며 불펜 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크루세타의 가세로 더욱 강력해진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