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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5월31일 주니치-라쿠텐전
방송 준비를 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노무라 라쿠텐 감독이 한신(1999년~2001년) 감독시절 썼던 전략,일명 '노무라 스페셜(혹은 토야마-카사이 스페셜)'이 그것입니다.
기용법은 이렇습니다. 좌완 토야마를 등판시켜 좌타자를 상대하게 한 뒤 카사이로 교체합니다. 카사이가 우타자를 막으면 다시 토야마가 마운드에 올라와 남은 이닝을 처리하는거죠. 물론 순서가 바뀔 때도 있습니다.
한번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가 어떻게 다시 올라오냐고요? 얼마 전 김성근 SK감독이 숱한 화제를 만들었던 방법과 같습니다. 김 감독은 투수 조웅천을 잠시 좌익수로 돌린 뒤 한타자를 막고 다시 마운드에 올렸죠. 둘 중 한명은 잠시 1루수를 맡았다가 다시 교체되는 겁니다.
이 기용법은 적지않은 성공을 거둡니다. 특히 은퇴위기에 몰렸던 토야마는 노무라 감독의 용병술 덕에 새로운 인생을 얻게 됩니다.
일본 야구를 호령하던 요미우리 4번타자 마쓰이(현 뉴욕 양키스) '킬러'라는 명성을 얻으며 확실하게 제 자리를 잡게 됐으니까요. 또 무려 10년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최장기간 승리 추가'기록도 세웁니다.
여전히 '노무라 스페셜'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 보면 이 용병술에 대한 당시의 평가가 좋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수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당시 토야마와 카사이는 서른을 넘긴 나이와 별 볼일 없는 성적 탓에 언제 유니폼을 벗게될지 모를 불안한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노무라 감독을 거치며 이후 3년간이나 더 선수생활을 했고 현재 한신의 2군 코치로 활동중입니다. 물론 당시에 쌓은 성과가 도움이 된 결과 입니다.
한신 시절의 노무라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연고 선수에 대한 뿌리 깊고 독특한 애정이 있던 팀 분위기와 맞지 않아 불화만 일으킨 감독. 성적도 내내 최하위였으니 비판의 표적이 됐습니다.
반대로 아카호시,하마나카,이가와 등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 퇴임 2년만인 2003년 한신이 리그 우승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당시 감독은 호시노 현 일본 대표팀 감독인데 노무라 감독은 취임 첫해부터 사표 소동을 일으키며 호시노 감독을 추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시간은 흘렀고 성과는 성과대로 비난은 비난대로 여전히 노무라 감독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노무라 감독은 만년 꼴찌 라쿠텐을 창단 이후 처음으로 5할 승률(5월30일 경기 후)로 이끄는 등 제 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한신 팬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기사(2006년5월31일자 닛칸스포츠)를 찾아보니 지난해 5월30일 한신과 교류전을 위해 다시 고시엔 구장을 찾은 노무라 감독을 따뜻한 박수와 환호성으로 맞아주었더군요.
(편집자 주) [인사이드 부스]는 정철우 기자가 SBS스포츠채널에서 일본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하며 느낀 생각들을 정리한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