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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호 칼럼니스트]
최근 기억에 남는 기사들이 있었다. FC 서울 세뇰 귀네슈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시난씨가 소개한 터키의 병역 제도 관련 기사가 하나였고, 축구선수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병역 비리 관련 소식이 또 다른 하나였다.
시난씨는 터키도 의무 복무기간 12개월의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직업을 구해 3년 이상 활동하면 3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으로 병역을 마친다고 했다. 축구 선수들도 외국 구단에서 뛰게 되면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법으로 축구 선수들을 채용한 병역특례업체의 병역 비리 이야기는 ‘또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유심히 봤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역 혜택을 보려한 선수들도 비난을 면할 순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마음이 불편했다.
축구를 비롯 운동 선수들의 병역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역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이런 문제에 연루돼 운동을 그만 두는 후배들도 봤고 병역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하다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극단적으로는 병역 면제를 위해 안해도 될 수술을 하는 선수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이는 불법이다. 요행으로 법에 걸리지 않더라도 이들 대부분 선수로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필요한 수술로 몸이 망가진 탓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이어지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서 축구 선수들이 병역 관련 범죄자가 되기 쉬운 것으로 사회에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방법이 없을까. 병역문제는 전 국민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하지만 한 평생 축구만 한 사람으로서 젊은 선수들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거나 활짝 꽃을 피우지 못하고 스러지는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축구 선수를 비롯 운동선수들의 특수성부터 이해하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 선수들은 길어야 35세 정도가 되면 은퇴한다.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열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것도 쉽지 않다. 요즘 현실이야 그렇지 않지만 대개 55세까지 정년제를 시행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일반인들과의 근본적인 차이다.
선수들은 20대 초반부터 10여년 동안 집약해서 평생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군에서 보내는 2년의 의미는 일반인들과 또 다를 수 밖에 없다. 축구를 떠나 2년을 보내고 난 뒤 선수 생활을 재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광주 상무, 경찰청 등에서 축구팀을 운영, 숨통을 터주고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우리 때만 해도 방첩대, 해병대, 공군, 헌병대 등 각 군에 축구팀이 있어 많은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가능했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세계의 중심에 서기 위해선 더욱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한창 배우고 익힐 시기에 군대를 가야한다면, 그리고 해외에 진출하려 해도 병역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전체적인 축구의 질을 높이기 힘들다.
또 국가대표로 뽑힌 이들은 국가를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기 몸을 던진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도 이에 대한 변변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면제 혜택을 주자는 것은 아니다.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다. 가령 시기를 선택해 군 복무를 하도록 할 수도 있고, 초, 중, 고교 팀에서 의무적으로 몇 년간 봉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축구협회를 넘어, 대한체육회, 그리고 정부에서 진지하게 연구해 주기를 바란다.
앞날이 촉망되는 젊은 후배들이 불법의 덫에 빠지는 것을 지켜 보는 일은 선배로서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