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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이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얘기다. ‘질투의 화신’은 한 여성이 두 남성과 합의 하에 동시에 교제하는 파격적인 설정을 담았다.
“화신(조정석 분)이와 데이트를 할 때에는 정원(고경표 분)이 팬들이 난리였고, 정원이와 데이트를 할 때에는 화신이 팬들이 난리였어요. 처음에는 ‘쿨하다’ ‘대박이다’ ‘욕 안 먹을 자신있어’라면서 작품에 들어갔는데 어려웠어요.”
공효진은 ‘질투의 화신’에 대해 발칙한 이야기라고 말했다가 잠깐 생각하더니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냐고 표현을 정정했다. 물론 두 남자와 만나는 것을 넘어서서 동거까지 하는 설정 등은 그녀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양다리를 한번도, 아니 하루도 안 걸쳐본 사람이 있을까요? 마음속에 두 사람을 생각하는 것도 양다리잖아요. 이제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두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여자 주인공은 비호감 일색의 캐릭터가 되기 십상이다. 공효진이 연기한 표나리는 화신, 정원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았다. 공블리 매력이 ‘질투의 화신’에서도 발한 덕분이다. 그녀의 장점인 현실 같은 연기로 ‘나였어도 그랬을 거야’라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오는 30일 개봉하는 ‘미씽: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에서 공블리는 없다. 해사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어두운 얼굴에 점, 주근깨를 덕지덕지 붙이고 허름한 차림의 중국인 보모로 분했다. ‘미씽’에서 싱글맘 지선의 아이와 함께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한매라는 캐릭터로 미스터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공효진도 “표나리와 이별이다”고 말했다. TV와 스크린의 극과 극 변신에 ‘미씽’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읽기까지 몇 번을 펼쳤다가 접었다가 하는 시나리오가 있으면 읽고 나서 바지끄덩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처럼 계속 생각나는 시나리오들이 있어요. ‘미쓰 홍당무’도 그랬고 ‘미씽’도 그런 작품이었어요. 드라마에서 ‘공블리’로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면 다른 톤의 연기가 하고 싶어요. 이를 테면 막 때려부수고 폭발하고 해소하고 싶은 감정이요. 영화와 드라마의 선택 기준이 다른 것은 아닌데 영화는 조금 더 용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말을 못하는 중국인을 연기하는 공효진의 모습이 초반에는 어색하다 싶다가도 중반 이후부터 공효진이 연기하는 한매의 감정과 입장에 몰입해 스크린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오열신은 꽤 긴 시간 잔상을 남긴다.
“눈물연기는 배우들끼리도 ‘어떻게 하냐’고 묻곤 해요. 배우마다 상황마다 달라서 정답은 없는데 제 경우에는 감정을 미리 잡고 가면 금방 지쳐서 그때그때 상황에 맡기는 편이에요. 카메라 사인이 떨어지면 ‘에이 모르겠다’ 그냥 (연기에) 들어가죠. 그래서 어떤 감독님들은 제 스타일이 어렵다고도 해요. 이번에는 한매가 처한 상황도 그랬고 조명도 동네도 분위기가 잘 갖춰져서 별다른 수고 없이 연기를 해냈던 것 같아요.”
영화는 2013년 ‘고령화가족’ 이후 3년만이다. 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셈이다. TV로는 연타 홈런을 날리며 시청률 보증수표임에 틀림이 없지만 스크린 성적은 좀 아쉽다. ‘미씽’은 상업영화지만 오락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를 다 합쳐도 (관객이) 1000만명이 안 돼요. 원래 흥행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고요. 이번에는 상업영화니까 다를 거라서 해서 한 건데 모르겠어요. (엄)지원언니가 망한 작품이 없다고 했으니까 언니를 믿어야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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