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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유맨, 빗줄기도 막지 못한 '축구혼'

송지훈 기자I 2009.07.18 22:17:59

부천, 릴레이골로 유맨에 3-0 승리

[부천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오락가락 내린 비는 경기 내내 원활한 진행을 방해했다. 젖은 그라운드로 인해 양 팀 선수들의 실수가 속출했다. 조금 세다 싶은 패스는 빠른 속도로 라인을 벗어나기 일쑤였고, 결정적인 상황에 미끄러져 땅을 치는 선수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굵은 빗줄기도, 젖은 그라운드도 22명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의 뜨거운 축구혼마저 식히지는 못했다. 모든 이들이 '마이너들의 수중전'을 마음껏 즐기며 양 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와 격려로 호응했다.

18일 오후8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는 SK텔레콤 주최로 '월드풋볼 드림매치 2009' 행사가 열렸다. K3리그(3부리그) 소속 부천FC 1995(이하 부천)가 잉글랜드 7부리그 클럽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이하 유맨)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우정의 맞대결을 펼쳤다.

비록 한국(부천)과 잉글랜드(유맨)의 하부리그 클럽이 맞붙은 '마이너'들의 맞대결이었지만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3-5-2 포메이션을 가동한 부천은 빠른 돌파와 적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4-4-2 전형으로 맞선 유맨은 파워와 제공권을 활용한 플레이로 맞섰다.

승리를 거둔 팀은 부천이었다. 전반30분 수비수 박문기가 성공시킨 선제골이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코너킥 찬스에서 미드필더 김두교가 중앙으로 띄워주자 유맨 페널티박스 정면에 있던 수비수 박문기가 침착한 헤딩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박문기는 경기 MVP로도 선정돼 경사가 겹쳤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잇달아 두 골이 추가됐다. 후반44분 미드필더 장재완이 시도한 땅볼 프리킥이 후반 교체투입된 상대 골키퍼 쉔튼을 맞고 굴절되자 공간을 파고든 공격수 김민우가 재차 슈팅으로 연결해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45분에는 장재완이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를 제친 후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아쉬운 득점 기회도 여럿 있었다. 부천은 전반3분 유맨 아크서클 왼쪽에서 장재완이 시도한 오른발 프리킥이 몸을 날린 애쉬튼 유맨 골키퍼의 선방에 걸려 이른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15분에는 김제진의 프리킥이 선방에 가로막혔고, 전반41분에는 이승현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회심의 슈팅이 옆그물로 향해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20분에 신강선이 시도한 왼발 슈팅 또한 애쉬튼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했다.

유맨은 첫 실점 이후 파상 공세를 펼치며 승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추가실점마저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유맨은 전반25분 공격수 디건이 드리블 돌파에 이어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볼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35분에는 미드필더 윌리엄스가 부천 위험지역 외곽에서 마크맨을 따돌린 후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공이 골대 밖으로 살짝 벗어났다. 1분 뒤 부천 위험지역 정면에서 시도한 공격수 로막스의 오른발 터닝 슈팅 또한 골대를 외면했다.

경기 도중 몸싸움을 벌이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던 양 팀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악수를 나누고 유니폼을 교환하는 등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부천은 K3리그 출범을 앞두고 2007년 창단한 클럽이다. K리그 클럽 부천SK(제주유나이티드의 전신)가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부천SK 서포터스 '헤르메스'의 주도로 탄생한 클럽이다. 첫 선을 보인 지난해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8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풀뿌리 축구의 성공 사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천과의 친선경기를 위해 내한한 유맨은 잉글랜드 노던 프리미어리그(7부리그) 소속 클럽이다. 미국의 스포츠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인수한 직후인 2005년, 클럽 매각에 반대해 온 일부 열혈 맨유 팬들이 주축이 돼 창단했다. 지난 시즌 매 경기 2200여명의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여 리그 평균(300명)을 훨씬 상회하는 기록을 남기는 등 하부리그의 인기 구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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