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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9일 2008 K리그 개막전을 치른 안정환(32, 부산)과 고종수(30,대전)의 표정은 달랐다. 안정환은 활짝 웃었으나 고종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부산으로 귀환한 안정환은 친정팀의 2-1 역전승을 주도한 반면 고종수는 친정팀 수원 삼성에 0-2로 완패한 탓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들은 같은 점도 있었다. 똑같이 부활에 청신호를 밝혔다는 것이다. 안정환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 고종수는 부활의 정점을 향해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안정환, 부산 복귀 합격점...부활 스타트
특히 안정환에게 이날 전북과의 홈경기는 의미가 깊었다. 2000년 이탈리아 세리에 A 페루자로 떠나기전까지 부산은 그의 안마당이었다. 여기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떴고, 유럽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일본 J리그, 프랑스 르샹피오나, 독일 분데스리가, K리그 수원 등을 거쳐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와 가진 첫 경기가 전북전이었다. 일본 J리그에서 유턴한 조재진(전북)과 맞대결도 이뤄졌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술이 울리자 스스로는 물론 팬들도 그의 친정 복귀에 만족해 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0-1로 뒤지던 전반 45분 벼락같은 40m 프리킥으로 한정화의 동점골을 이끌어 내는 등 펄펄 날았다. 특유의 개인기도 맘껏 발휘했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까지 뽐냈다. 수원의 후배들에게 밀려 벤치 멤버로 전락했던 지난 시즌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경기 후 "100% 만족한다“고 밝힌 황선홍 감독을 비롯, 상대팀 최강희 전북 감독도 "친정으로 돌아와 더욱 활발해진 것 같다"며 안정환의 재기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찾은 3만2725명의 부산 축구팬들은 돌아온 안정환과 황선홍 신임 감독의 축구에 열광하면서 부산 축구의 부활까지 예고했다. 지난 해 부산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408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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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수, 팀은 패했지만 부활의 정점을 향해 GO
팀의 패배에 빛이 바랬지만 고종수의 활약도 대단했다. 우선 김호 감독이 새로 구성한 ‘무명 군단’ 대전이 우승 후보 수원을 쩔쩔매게 할 만큼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고종수가 있었다. 전반 23분 중원에서 찔러준 고종수의 킬패스 한방에 수원의 포백라인이 그대로 무너져 김용태에게 크로스바를 맞히는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내주는 등 길고 짧게 이어지는 고종수의 패싱에 수원은 이리저리 휘둘리기 일쑤였다.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예전의 정교하고 날카로운 킥을 쏘아 올렸고 후반 42분에는 강력한 왼발슛까지 구사하기도 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몸상태도 한창 때 수준으로 살아났음을 알렸다.
지난 시즌 오랜 방황을 딛고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본격적으로 되살아난 고종수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수원전이었다. 스승 김호 감독도 “고종수를 받쳐 줄 수 있는 짝이 아직 없어 아쉽지만 이제는 돌파도 되는 등 경기를 할수록 살아날 것”이라고 흡족해 했다.
안정환과 고종수가 K리그에서 부활하면 한국 축구가 풍성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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