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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007년은 한국영화가 지난 10여년간의 성장세를 멈추고 성패의 갈림길에 선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타이타닉'을 능가하는 흥행 기록을 세운 이후 한국영화는 외화보다 높은 흥행력을 과시하며 2000년대 초반 한국 박스오피스를 주도했다. '실미도'를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까지 모두 4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불과 1000여개에도 못 미치던 전국의 스크린수도 멀티플렉스의 확대와 함께 2000여개에 육박하는 등 외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 2005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한국영화 거품론이 올해 들어 가시화되면서 전성기를 누린 한국영화계에도 위험신호가 켜졌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봉된 359편의 영화 가운데 한국 영화는 104편에 불과했으며, 관객 점유율(서울 기준)도 46%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59%였다.
무엇보다 한국영화 편당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 3분기까지 한국 영화의 편당 수익률이 마이너스 62.1%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22.9%보다 무려 3배 가량 악화된 수치다.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수익을 남긴 영화는 '디 워' '화려한 휴가' '식객' 등을 비롯해 고작 5~6편에 불과했다.
한국영화의 난조 속에 재미를 본 것은 할리우드 영화였다. 지난 5월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는 496만 관객을 동원해 할리우드 시즌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제대로 과시했다. 지난 6월 개봉한 '트랜스포머'는 전국 737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외화흥행순위 1위를 갈아치웠다.
11월까지 개봉된 영화 중 흥행 톱10에 오른 할리우드 영화는 무려 7편. 지난 10여년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위기의 현 영화계를 방증하는 또 다른 예가 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 빚대 과거 홍콩영화처럼 한국영화도 몰락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0년대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던 홍콩영화는 이후 제작비에 거품이 끼고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속출, 졸속 제작을 반복하면서 결국 90년대 이후 쇠퇴기를 맞았다. 지금의 한국영화계가 홍콩영화계의 쇠퇴기와 비슷한 상황이란 지적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영화계 관계자들 가운데는 오히려 2007년이 한국영화계의 내실을 다지는 조정기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3~4년간 영화계에 한탕을 꿈꾸는 눈먼 자금이 들어오면서 거품을 키웠다면 올해는 이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비록 제작편수는 감소했을지 몰라도 '되는 영화'와 '안 되는 영화'의 기준은 오히려 더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SKT와 KTF 등 거대통신회사들이 한국영화 투자 및 배급을 적극적으로 검토, 계획 중에 있어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07년을 쇠퇴기의 전조로 볼 것이냐, 내실을 다진 한 해로 볼 것이냐를 두곤 영화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올해가 한국영화의 향후 10년을 가늠할 갈림길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올 한해 한국영화의 버팀목이었던 스크린쿼터가 본격적으로 축소되었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영화산업 임금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지는 등 제작환경을 둘러싼 상당한 변화들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한국영화의 위세에 맥을 추지 못하던 할리우드 영화도 다시금 한국 극장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렇듯 지난 10년과 다른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한국영화계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침체'와 '재도약'의 갈림길에 선 한국영화. 그런 의미에서 2008년 한국영화시장의 성패는 더없이 중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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