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공식 초청을 받는 것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게 됐다. K무비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올해 역시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들이 이름을 올리며 K콘텐츠의 입지를 자랑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만드는 제작사를 향한 글로벌 엔터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제작사 사나이픽처스(대표 한재덕)는 지난해 ‘헌트’에 이어 올해 ‘화란’까지 2년 연속 자사 작품을 칸 초청작 명단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화란’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Uncertain Regard) 부문에 초청됐다.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인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칸 폐막식에서 탁월한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제작이 알려질 당시 한류스타 송중기가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다양한 히트작으로 국내에서 ‘누아르 맛집’으로 인지도가 높던 사나이픽처스가 공동 제작사인 송중기의 소속사 하이지음스튜디오와 함께 제작을 맡았다는 사실로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화란’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1시 제76회 칸 국제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로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 이후 약 4분여 간 기립박수와 환호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1000여석의 상영관 객석도 관객들로 빼곡히 채워 거의 만석을 이룬 것으로도 알려졌다.
송중기는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상영회를 가진 소감을 밝혔다. 송중기는 “영화를 보고나니 대본에서 느꼈던 감정보다 더 깊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이 영화 하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평단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화란’을 관람한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아무리 견디기 힘든 고통도 사람 사이의 정과 의리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
사나이픽처스 작품이 칸의 부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총 네 번째다. 사나이픽처스는 주로 선 굵은 누아르와 첩보물 등 강렬한 장르나 감성 짙은 멜로물에서 두각을 보여온 제작사. 2013년 영화 ‘신세계’를 시작으로 ‘남자가 사랑할 때’(2014), ‘무뢰한’(2015), ‘대호(2015), ’검사외전‘(2016), ’아수라(2016), ‘공작(2018), ’돈‘(2019), ’헌트‘(2022) 등을 선보인 베테랑 회사다. 칸 영화제를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시체스판타스틱영화제 등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까지 인정받아왔다.
칸의 부름을 받은 작품들 역시 누아르, 첩보물이다. 앞서 지난 2015년 ‘무뢰한’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공작’(2018)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작품 ‘헌트’(감독 이정재) 역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관객 및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헌트’는 당시 칸 프리미어 상영 후 무려 7분 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화란’이 김창훈 감독의 입봉작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헌트’ 역시 배우 이정재의 감독 입봉작이었다. ‘헌트’도 당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2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2회씩 이름을 올린 점이 눈에 띈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은 독창성과 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주로 초청하며, 액션이나 스릴러, 누아르, 호러 등 장르성과 상업적 재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주로 이름을 올린다. 사나이픽처스 작품이 지닌 독특한 정체성이 초청 부문을 통해서도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한편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한 ‘화란’은 올해 중 국내 개봉 예정이다. 사나이픽처스는 ‘화란’을 비롯해 ‘야행’(가제), ‘크로스’, ‘리볼버’, ‘벌크’, ‘최악의 악’ 등 다수의 영화 및 시리즈물로 관객 및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