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81년생 이성우의 야구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00년 LG 육성선수로 시작했지만 방출된 뒤 상무 야구단을 거쳐 다시 SK 육성선수로 돌아왔다. 트레이드로 옮긴 KIA에서 2008년 뒤늦게 프로에 데뷔한 뒤 SK를 거쳐 2019년부터 LG에서 뛰고 있다.
이성우의 자리는 데뷔 이래 늘 백업포수였다. 그라운드 안보다 그라운드 바깥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렇게 프로야구에서 22년이나 버텼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이성우는 어느덧 마흔 줄에 접어들었다. ‘79년생’ 박용택(전 LG)과 ‘80년생’ 이택근(전 키움)이 은퇴하면서 이성우는 kt wiz 유한준과 함께 현역 최고령 선수로 올라섰다.
이성우는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다. 통산타율이 .222, 통산 홈런이 7개에 불과할 정도로 방망이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갖춘 안정된 투수리드와 수비 능력은 팀에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은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중에 정말 좋은 코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이성우는 지난해 여러차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통산 홈런 7개 가운데 지난해에만 3개를 때렸다. 이 가운데는 만루홈런도 포함돼 있다. 주전 포수 유강남을 뒷받침하면서 더그아웃에선 앞장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해 팀 기여를 인정받아 지난해와 같은 연봉 8000만원에 LG와 재계약했다.
이성우는 “사실 나는 수비 백업 선수이고 타격에 대한 재능도 자신감도 없었다”며 “작년 전지훈련 때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박)용택이 형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훈련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영광스럽게도 인터뷰도 많이 하는 등 인기 구단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며 “지금까지 여러 팀을 많이 옮겨 다니며 야구를 했는데 LG에서의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성우는 팀 내 젊은 포수들의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박재욱, 김재성, 김기연 등 포수 유망주들에게 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성우는 “선배로서 나이만 많지 커리어면에서 미약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이 민망하다”면서도 “재욱이, 재성이, 기연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훌륭한 재능을 가진 포수들인 만큼 계속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 장점을 믿고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이성우는 매 시즌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절박하면서 소중할 수밖에 없다. 2021년은 사실상 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이성우는 “2017년부터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며 “스스로 야구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우리 후배들이 좋은 포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선배로서 박수를 쳐주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팬들과 후배들에게 야구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은퇴로 고민할 때 손을 잡아 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고 처음 입단했던 LG트윈스에서 은퇴 할 수 있어 정말 감회가 새롭다.
무명 야구선수를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성우는 “아이들과 자주 못 보고 놀아주지 못해서 ‘아빠가 야구선수를 안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도 TV에 나오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올해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친구 같은 아빠로 돌아가 그동안 못했던 가족들과의 좋은 추억을 많이 쌓겠다”며 “사랑하고 항상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