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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일본 고치현 토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레이디스컵(총상금 8000만엔) 최종 3라운드. 오시로 사츠키와 공동 선두로 경기에 나선 배선우는 12번홀까지 이븐파를 쳐 2타를 줄이며 추격해온 스즈키 아이(일본)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이날 골프장에는 강풍이 불어와 후반 경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불운이 배선우에게 찾아왔다. 13번홀(파4)에서 2온에 실패한 뒤 벙커에서 친 공이 그린 경사 지점에 멈췄다. 마크를하고 공을 집어 올리려는 순간 움직이면서 굴러갔다. 배선우는 순간 당황해 판단을 잘못했다. 움직이는 공을 집어 들었고, 선수들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를 본 캐디가 배선우에게 다가가 경기위원의 판정을 받아보자고 얘기했다.
올해 바뀐 골프 규칙에서는 마크 후 공을 집어 든 다음 내려 놓고 리플레이스했다면, 그 뒤 공이 자연적으로 움직였을 때 원래의 자리로 옮겨 놓고 치기만 하면 된다. 벌타도 없다. 그러나 배선우의 상황은 조금 애매했다. 마크를 하는 도중 공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공을 집어 올렸다. 따라서 움직이는 공을 집어 올린 건 배선우의 실수였다.
경기위원회는 이 상황을 보고받은 뒤 비디오 분석 후 배선우의 행동을 인플레이(움직이는 공) 규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1벌타를 부과했다. 예기치 못한 실수로 인해 보기에서 더블보기로 바뀐 배선우는 2개 홀에서만 순식간에 3타를 잃었고, 선두 아이와 2타 차로 벌어졌다.
위기가 계속된 배선우는 14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3홀에서만 4타를 잃고 순식간에 4위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주고받은 배선우는 이날만 4타를 잃으면서 합계 4언더파 212타를 쳐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7년 JLPGA 투어 상금왕 스즈키 아이가 이날만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역전 우승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과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배선우는 올해부터 일본으로 무대를 넓혔다. 지난해 11월 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해 14위로 이번 시즌 출전권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0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컷 탈락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선 불운으로 벌타까지 받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배선우는 경기 뒤 “순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규칙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내 잘못이다”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민영(27)도 강풍에 힘든 하루를 보냈다. 11번홀까지 선두 그룹을 1타 차로 추격하던 이민영은 이후 보기 2개를 적어내 합계 4언더파 212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신지애(32)는 공동 6위(합계 3언더파 213타)에 올라 개막전 공동 5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톱10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막 2주가 지났지만, 한국선수들의 우승 신고가 늦어지면서 첫 승 합작은 다음 대회로 미뤄졌다. 한국선수들이 JLPGA 투어에서 개막 이후 열린 2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낸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개막 이후 2개 대회에서 모두 한국선수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