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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지난 17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게 1-2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자만심과 안일함이 일을 그르쳤다. 선수들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던 김학범 감독은 정작 본인이 상대를 너무 만만히 봤다. 주전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1차전 선발멤버 중 6명이나 바꿔 경기를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 감독 본인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사용한 것 같다. 나의 판단 착오였다”고 인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비매너 논란까지 일어났다. 황희찬은 경기를 마친 뒤 실망감 때문에 말레이시아 선수들과 악수를 하는 세리머니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벤치로 걸어 나왔다.
황희찬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경기 후 상대 선수와 악수를 하는 것은 페어플레이의 기본이다. 기본을 져버린 돌출행동에 팬들은 실망감을 보냈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황희찬은 SNS 계정을 폐쇄했다.
지금 대표팀에게 필요한 것은 초심을 되찾는 것이다. 한 경기로 움츠러진 대표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인터뷰는 흔들리는 대표팀에 큰 울림을 전해준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방심하면 큰일이 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선수들 모두 성인이고 프로 무대에서 뛴다. 지금은 패했다고 다독일 수만은 없다. 지금은 따끔한 지적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정한 누구를 비난하기 보다는 코칭스태프와 전 선수가 하나가 돼 지금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특히 손흥민 등 와일드카드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됐다.
대표팀은 20일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비록 조 1위는 물건너갔지만 이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짓는다.
최악의 경우 지더라도 경우의 수에 따라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파랭킹 94위 키르키즈스탄에게 비기거나 지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 무조건 이겨야 금메달 희망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은 예방주사를 일찍 맞았다.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무너진 것은 아니다. 대표팀이 말레이시아전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전은 우리 대표팀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첫번째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