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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급 아이돌 그룹들은 소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 현지 팬 직접 공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예비 K팝 스타들을 객석규모 200~400석의 소극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K팝 팬들에게도 이들의 소극장 공연은 ‘보고’가 되고 있다. 간토지역 최대 한인 밀집지역으로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도쿄 신오쿠보가 주요 무대다. ‘케이스테이지오!’ 등 현지 소극장들에서 각 그룹들이 연일 공연을 개최하면서 최근 몇년새 이 일대에 한류 거리가 조성됐다.
그 선두주자는 하이포 타히티 빅스타 루커스 등이다. 하이포는 지난 2월부터 일본에서 라이브쇼 50회와 타워레코드 프로모션 50회 등 총 100회의 현지 공연을 진행했다. 현지 연예기획사 마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일본 데뷔 3만명과 만나자’라는 타이틀로 전방위적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걸그룹 타히티가 하이포의 바통을 이어 같은 프로모션에 나섰다. 빅스타는 이들에 앞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에서 소극장 공연 100회를 달성했다. 루커스도 올해 6~7월 일본에 체류하며 50회 공연을 펼치고 돌아왔다.
한류가 일본에서 한창 큰 인기를 누리면서 아이돌 그룹들이 적어도 10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먼저 알리고 싶어하던 2000년대 중후반과는 크게 달라졌다. 당시에는 일본 진출이 곧 ‘대박’을 의미했다. 한국에서 인기의 기반을 다진 아이돌 그룹들은 일본 기획사들로부터 수십억원의 계약금과 함께 러브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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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 앞서 동방신기가 K팝 아이돌의 일본 진출을 위한 반석을 다졌다. 당시 동방신기는 2000~3000명 규모의 홀 단위 공연장을 위주로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해 팬들을 끌어모았다. 이후 1만~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 투어, 4만석~5만석 규모의 돔투어에 이어 7만석 이상의 스타디움 공연도 2회 연속 매진시키며 K팝 아이돌의 일본 공연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동방신기가 메이저 시장의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면 현재 신예 K팝 그룹들은 인디즈 시장의 밑바닥이다.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인 것은 비슷하지만 신예 K팝 그룹들의 상황은 선배들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선배 그룹들이 일본에서 빠르게 성장세를 탄 것과 달리 신예 아이돌들은 미래에 대한 기약이 없다. 일본의 우경화와 과거사, 독도 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과 관계 악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신예 K팝 아이돌의 경우 일본에서 방송 출연이 어려워지는 등 현지 K팝 시장은 위축됐다. 계약금을 받기는커녕 소극장에서 객석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채 공연을 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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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신예 아이돌들이 일본행을 택하는 이유는 아직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K팝 팬들이 꾸준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와 관객이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은 가수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데 긍정적이다. 향후 K팝 붐이 다시 일어날 경우 시장 선점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확고한 그룹들이 많은 만큼 신인 아이돌 그룹들이 방송 외에는 활동 무대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방송에서도 많은 출연 가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보니 언제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절박함도 이들이 일본 공략을 모색하게 만드는 요소다. 성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하이포의 경우 ‘하이포 슈퍼 프리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오는 12월 5일 도쿄에서 각 3000석 규모 2회 공연, 6일 오사카에서 각 2000석 규모 2회 공연을 예정해 놓고 있다. 그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다.
하이포 소속사의 강인석 N.A.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이돌 그룹들이 과거에는 한국에서 먼저 입지를 다진 뒤 일본에 진출하는 순서를 택했지만 현재 중소 기획사들과 소속 아이돌 그룹들의 상황은 그러기에 너무 막막하다. 적은 관객을 놓고 공연을 하면서라도 활동을 통해 팬들을 늘려갈 수 있는 일본 진출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