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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골든 글러브는 매년 공정성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정답이 없는 야구의 특성상 어느정도 논란은 피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가 불리할 수 있다는 인식도 그 중 하나다.
언제부턴가 외국인 선수는 골든글러브에서 소외계층으로 분류됐다. 시즌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들의 특성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여럽다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단지 국적이 다르다 해서 투표에 불이익을 받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외국인 선수는 우리 프로야구에서 ‘용병’이라고 불린다. ‘이기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잔뜩 담겨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인 선수를 그 틀안에 가둬두는 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금 재도약기에 놓여 있다. 9구단 NC 다이노스가 내년부터 1군 무대에 합류하고, 난항을 겪고는 있지만 10구단 또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단순히 판이 커졌다고 해서 흥행까지 덩달아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커진 판을 채울 수 있는 양질의 컨텐츠가 없다면 지금의 야구 열기는 언제든 사그러들 것이다.
구단 증설을 반대하는 측은 질적 저하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사실 50여개의 고등학교 뿐인 현실에서 무작정 구단만 늘리는 것은 버거운 일일 수 있다.
물론 구단이 늘어나게되면 야구를 하겠다는 유망주들이 늘어나 궁극적으로는 질을 높이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박세리 키드가 성장해 미LPGA를 점령하는데 10여년의 시간이 걸린 것 처럼, 적잖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외국인 선수의 힘이 더욱 절실해질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확충은 리그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리그를 주도하는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주목과 관심을 덜 받게 된다면 결국 손해는 한국 프로야구가 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들도 토종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구단의 상품이다. 좋게 포장하고 관리해서 팬들에게 보다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를 스케토(助人)이라고 부른다. 또 야구 잘하고 성품 좋은 선수들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똑같이 대우 받는다. 한신 타이거스의 전설적인 스케토 토마스 오마리는 한신 철도를 이용한 고시엔 구장(한신 홈구장) 방문 캠페인의 홍보 모델로 오랫동안 활약하기도 했을 정도다. 선동렬(주니치)과 임창용(야쿠르트) 등의 선수들은 현재 팀을 떠났지만 팀의 OB회에 이름을 올려 여전히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다. 물론 양에 차지 않을 때 차갑게 버림받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 프로야구에도 실력 좋고, 한국과 리그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그들 또한 우리의 사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니, 그들이 사랑받을 수 있을 때 비로서 한국 야구도 판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외국인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의 소중한 재산이다. 단순히 비지니스 파트너에 묶어두는 사고로는 더 큰 발걸음을 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