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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평일 밤 드라마 시간대를 30대 여배우들이 장악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회 70분 분량의 드라마가 방송되는 오후 10시는 방송 3사가 자존심을 내걸고 경쟁하는 격전지다.
이 시간대는 50~60회로 횟수가 많은 사극이 방송되기도 하지만 16~24부작으로 이뤄진 드라마가 많이 편성돼 미니시리즈 시간대로도 불린다. 미니시리즈는 한동안 청춘 남녀의 멜로를 중심으로 한 내용이 인기를 끌면서 20대 연기자들의 전성시대를 이루기도 했다. 당연히 여자 주인공도 20대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 들어 20대보다 30대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30대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드라마를 이끄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그 드라마들이 시청률 경쟁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것이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과 SBS 수목드라마 ‘시티홀’이다.
지난 5월25일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 8회까지 방영된 ‘선덕여왕’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은 미실 역을 맡은 38세의 고현정이었다. 물론 주인공 덕만공주와 쌍둥이 천명공주의 어린 시절을 각각 연기한 남지현, 신세경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데뷔 후 첫 악역을 맡은 고현정의 카리스마에 방송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이 드라마의 8회 마지막에 남지현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등장한 타이틀롤 이요원은 한국 나이로 올해 30세다.
‘선덕여왕’은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 8회가 29.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30%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정려원, 박민영이 주인공인 SBS ‘자명고’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티홀’은 34세의 김선아가 여자 주인공 신미래 역을 맡고 있는 드라마다. 김선아는 털털하면서도 과장돼 보이는 캐릭터 연기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춰 ‘시티홀’을 수목드라마 시청률 선두로 이끌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영된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아중도 김선아와 경쟁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소녀시대 멤버면서 연기자로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윤아의 MBC ‘신데렐라 맨’, 민효린의 드라마 데뷔작 ‘트리플’도 모두 꼬리를 내렸다.
이들에 앞서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시청률 고공비행을 이끈 것도 38세의 김남주였고 조력자는 동갑내기 친구인 이혜영이었다.
한동안 30대 여배우들의 몫은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 주로 불륜을 소재로 하는 아침드라마의 주연이었다. 그러나 20대 여배우들이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를 꿰찬 뒤 일일드라마의 주연까지 활동범위를 넓히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듯했던 30대 여배우들이 각 방송사 메인 드라마의 간판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상황 변화는 사랑이 드라마의 중심에서 부수적인 소재로 밀려났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멜로구도가 여전히 드라마에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예쁜 사랑을 키워가기만 하는 내용에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끼게 됐고 다른 소재들을 기둥으로 세우려다 보니 경험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할 줄 아는 30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선덕여왕’에서 미실에게 사랑은 권력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시티홀’ 역시 멜로는 부수적인 소재에 그치고 있으며 이 드라마의 중심은 정치 패러디다. ‘내조의 여왕’에서 아내의 내조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밑바탕이 돼야하지만 드라마의 주요 볼거리는 남편을 대기업 정직원으로 만들기 위한 아내의 활약이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상적이기만 한 20대들의 사랑보다는 현실감 있고 사실적인 내용의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시청자들도 매번 반복되는 사랑 타령에 싫증을 내고 있고 현실적인 내용을 반영한 드라마를 기획하다 보니 30대 여배우들이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더구나 30대 여배우들은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의 연기를 20대보다 더 리얼하게 소화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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