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작가 "'길채야' 부르는 남궁민, 멜로의 정수라 생각" [인터뷰]③

황진영 작가(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이 장면이 없었다면 지금의 ‘연인’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 극본을 맡은 황진영 작가가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애정하는 명장면들을 꼽았다.

지난달 18일 종영한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 최종회에서 12.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연인’ 포스터(사진=MBC)

파트2까지 기나긴 여정을 그려온 황 작가에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여러 개의 답이 돌아왔다. 황 작가는 “애정하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한 장면을 꼽기가 미안하지만 먼저 원손을 데리고 뛰는 길채(안은진 분), 그리고 무사히 배에 탄 후, 오랑캐에게 짓밟혀지는 백성들을 보는 길채와 은애(이다인 분), 방두네(권소현 분)와 종종이(박정연 분) 신을 꼽고 싶다. 실제 인물 강빈과 원손, 그리고 가상인물인 길채가 겹쳐지는 신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동시에 종종이를 위해 단도로 아낙을 찍어내는 길채의 양면성, 그렇게 남겨진 백성들의 비극, 길채와 은애, 방두네 종종이의 망연한 표정 등이 살아나면서 전쟁의 비극성과 주인공의 캐릭터가 잘 살아난 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지금의 ‘연인’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진영 작가(사진=MBC)

또 황 작가는 10화의 마지막 장면을 설명하며 “떠나는 장현(남궁민 분)과 장현을 보내는 길채와 량음(김윤우 분)의 격정이 충돌하던 신도 무척 아름다웠다. 길채에게 줄 꽃신을 버리는 장현,?이를 보며 속울음을 삼키는 길채,?이런 길채를 보며 분노하는 량음의 연기가 훌륭했다. 덩달아 그 위로 흐르던 내레이션이 훗날 다시 재현될 것을 생각하니 애틋함이 더해졌다”며 “서정적인 연출과 아름다운 배경음악, 연기의 조화가 돋보인, 멜로 드라마만의 감성이 살아난 신이었다”고 답했다.

‘길채야!’를 외치며 질주하는 장현의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황 작가 또한 “제가 생각하는 멜로의 정수가 느껴지는 신이었다”며 “각화(이청아 분)가 두 사람 다 사는 길도 제안했지만, 장현에겐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기에 길채를 향해 뛰며 절규한다. 부인이라고 부르다 ‘길채야’로 바뀌면서 두 사람이 한순간, 애틋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두 사람은 서로를 길채야로 부르고 답한 적은 없지만, 이미 마음속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가까웠다는 것이 증명되던 순간에 장현이 각화의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하지만 쓰러진 장현은 오히려 자신이 이겼다며 기뻐한다. 그렇게 장현은 자신의 사랑을 증명한다. 이토록 애절한 순간이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배우분들의 연기로 완성되어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황진영 작가(사진=MBC)

다음으로 황 작가가 꼽은 신은 포로들이 노동요를 부르는 신이었다. 그는 “더 오래 보고 싶어 아쉬운 기분이 들 정도였다. 너른 들판, 정다운 노동요, 백성들의 얼굴에 핀 미소, 조선 사람들이 농사일만은 천하제일이라며 삐죽 으쓱대던 정명수, 그리고 다시 백성들의 미소. 찍기 어려운 신을 던져놓고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쫓기는 환경에서 아름답고 벅찬 신을 만들어주셔서 감동적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장면을 보고 나니, 마지막 포로들이 국경을 넘어와 감격적으로 해후하는 장면이 후반 제작 여건상 제대로 찍히지 못해 더욱더 아쉬워졌다. 수백여 포로들이 서로 왈칵 껴안고, 조선 땅에 당도한 기쁨과 회한을 나누는 신이 잘 구현되었다면 아마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꼽혔을 것 같다”고 아쉬움의 한마디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