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다른 차원의 우주, 즉 멀티버스로의 이동이 가능한 소녀, 아메리칸 차베즈(소치틀 고메즈 분)의 능력을 노리는 세력에 맞서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터 컴버배치 분)의 활약을 그린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스콧 데릭슨 감독의 바통을 넘겨받은 샘 레이미 감독의 손에 의해 ‘닥터 스트레인지’와 전혀 다른 결의 영화로 완성됐다. 레이미 감독은 국내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2002~2007)로 잘 알려져있지만 한때 B급 호러 영화를 즐겨 작업했던 감독이다. 영화에는 레이미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대중적 색채가 옅어지고 곳곳에 배치한 기괴하고 컬트적인 장치가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서도 독자적인 포지션을 갖게 한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표현 수위가 꽤 높다. 마블(스튜디오)영화 중에서도 비교적 최고 수준. 특히 일부 액션 장면에서 폭력적 묘사는 성인 어른이 보기에도 눈을 질끈 감게 한다.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신체를 훼손한 장면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적합할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쩌면 스트레인지와 마블영화 팬들은 1편과의 장르적 갭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블영화가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2021)에 이어 멀티버스를 내세운 의도는 이번 영화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멀티버스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시켜 이야기를 지속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시공간에 구애없이, 이야기며 캐릭터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끌어다 활용할 수 있는 명분도 갖게 됐다. 이번 영화에서도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 못지않은 깜짝 선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과 같은 호응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달라진 색채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데다 진입 장벽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디즈니+ 9부작 시리즈 ‘완다 비전’에 관련된 언급이 나오는데, ‘완다 비전’를 모르면 완다의 감정선을 공감하기 쉽지 않다. 영화로 10년 넘게 이야기를 축적해온 것에 그치지 않고 OTT로까지 세계관을 펼치는 MCU의 행보는 팬덤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도 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새로운 팬층의 유입을 이끌지, 기존 팬층의 이탈로 이어질지는 4일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흥행 여부에 달렸다.
이날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당일 오전 사전 예매량 100만장을 넘어서며 흥행에 청신호를 켠 상황이다.
감독 샘 레이미. 러닝타임 126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5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