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역사적인 KBO리그 데뷔전...첫 안타는 다음 기회에

이석무 기자I 2021.03.21 16:17:06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년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 시범경기. 1회 초 1사 주자가 없는 상황 SSG 2번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서며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출신 ‘슈퍼스타’ 추신수(SSG 랜더스·39)가 드디어 한국 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추신수는 21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 다이노스의 2021 KBO 시범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삼진, 삼진, 뜬공을 기록하고 교체됐다.

2001년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652경기에 출전해 통산 1671안타 961득점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275, OPS .824였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추신수는 지난달 SSG와 연봉 27억원에 계약하며 KBO리그 진출을 알렸다. 지난달 25일 한국 입국 후 2주 자가격리를 거쳐 지난 11일 SSG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동안 연습경기는 출전하지 않다가 이날 시범경기에서 첫 실전에 나섰다.

추신수는 1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NC 새 외국인 투수 웨스 파슨스와 상대했다. 올해 NC에 새로 합류한 파슨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3경기 39⅔이닝을 던져 1승 3패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한 투수다.

파슨스는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추신수와 비교할 수 없지만 공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추신수는 처음 2개의 공을 지켜본 뒤 3구째 빠른공에 배트를 돌렸지만 헛스윙이 됐다. 이어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파슨스의 바깥쪽 공을 지켜봤는데 주심은 삼진을 선언했다.

미국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한 추신수는 약간 빠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KBO리그 기준에선 바깥쪽에 꽉 찬 스트라이크였다. 추신수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린 뒤 SSG 전력분석원과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확인했다.

추신수는 0-7로 뒤진 3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았다. 파슨스의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보낸 추신수는 2구째 파울을 친 뒤 3구째 볼을 골라냈다. 하지만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빠른공에 다시 헛스윙, 두 번째 삼진을 당했다.

추신수의 세 번째 타석은 1-9로 뒤진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찾아왔다. 상대 투수는 21살의 젊은 에이스 송명기였다. 추신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공에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배트에 빗맞으면서 공이 높이 떴고 좌익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추신수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송명기를 바라보고 뭔가 한 마디 한 뒤 활짝 웃었다. 추신수 보다 18살이나 어린 송명기도 추신수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추신수는 1-11로 뒤진 8회초 대타 김강민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전 추신수가 3타석만 소화할 예정이라고 미리 밝혔다.

SK와이번스를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단 SSG는 첫 공식 시범경기에서 NC에 3-11로 패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역시 타이밍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생각했던 것을 몸이 못따라갔다. 계속 보면서 잡아가야 할 것 같다”고 첫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삼진을 당할 때 심판 콜을 듣고 공이 한 두 개 빠지지 않았나 생각했다”며 “나중에 살펴보니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걸쳤던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에)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추신수는 경기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눈을 감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경례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경기 전 미국 국가를 들어야 했던 추신수에게 애국가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는 “미국에선 듣기 어려웠던 애국가를 듣게 되니 한국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한국 투수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경기 전날 추신수는 NC다이노스 간판타자 나성범과 저녁 식사를 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추신수를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삼아온 나성범은 추신수를 따라 지난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계약이 불발돼 NC에 잔류했다.

그런 가운데 추신수가 한국에 오게 되고 창원에서 경기를 하게 되자 함께 자신의 집에 초대해 식사를 나누며 여러 조언을 들었다. 나성범은 “(추신수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종종 연락하며 지냈다”며 “SSG와 계약 후 한국에 오면 식사 대접하겠다고 했는데 어제 기회가 돼서 집에 초대해 아내가 직접 준비한 식사를 대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종종 만나서 식사 자리를 하기로 했고, 서로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나성범과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고 야구 이야기, 생활 이야기, 나성범이 미국에 진출하려고 했던 부분 등을 이야기했다”며 “나성범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 이야기를 들으면 저의 어릴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옛날 생각이 났다. 잘하고 싶어했던 마음이 제가 학교 다닐 때 모습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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