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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9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스파이의 아내’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다는 게 매우 기쁜 일이다. 영화의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며 자신의 첫 시대극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날 오는 25일 자신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 국내 개봉을 앞두고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대극에 도전한 이유, 민감한 일본의 전범 문제를 주제를 다룬 취지, 이를 한국 관객들에게 내보내는 소감들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계가 겪는 변화와 일본 영화계의 현주소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오는 25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1940년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만주에서 목격한 엄청난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인 ‘사토코’(아오이 유우)가 이를 만류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큐어’와 ‘도쿄 소나타’를 연출한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시도한 최초의 시대물로, 아오이 유우와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이 출연한다. 특히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구로사와 감독은 먼저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레 생각한다. 세계엔 여러 영화가 있을텐데 이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번 영화는 공포 영화의 대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구로사와 감독이 도전한 첫 시대극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태평양 전쟁 직전 731부대로 알려진 일본의 생체 실험 역사 등 민감한 시대적 문제를 주제로 꺼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로사와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1940년 고베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 시대는 사회와 인간의 관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좋지 않고 긴장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는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의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 현대 사회를 무대로 하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자유인지를 또렷하게 제시하기 힘들다 생각했다. 그래서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 적이 많았다”라고 털어놓으며 “그래서 전쟁 중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이를 선명히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예전부터 이를 꿈꿔왔다”고 설명했다.
장소적 배경에 대해서는 “고베는 항구도시라서 전쟁 중임에도 해외와 무역이 빈번했고 수많은 외국으로부터의 정보와 물건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동네였어서 이 이야기에 매우 어울린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작업과 달랐던 점도 꼽았다. 구로사와 감독은 “각본에 쓰여진 대사 자체가 현대어와 전혀 다른 예스러운 말투였다는 점”이라며 “배우들은 이를 완벽히 외워 현장에서 임해야 했다. 다른 영화에선 애드리브가 가능하고 현장에서 떠오른 것들을 그때그때 추가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짜여진 각본 속 대사를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었고 즉흥성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게 제약이기도 했으나 어떤 면에서는 완벽하기에 영화 전체를 컨트롤해서 만든다는 점이, 그런 촬영 자체가 재밌다고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또 “원래부터 많은 예산이 준비된 영화는 아니었다”는 애로사항을 언급하면서도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굉장히 큰 테마,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에 일상생활만으로도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고,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전하려는 주제를 전할 수 있게 하려고 어떻게든 노력했다. 극 중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의 대사만으로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했었고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상상을 통해 관객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그 이상 표현하려 해도 예산적인 문제가 있었기에 최소한의 것들로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극 중 스파이가 되기를 자처한 남편 대신 그의 아내 시선을 따라가게 한 취지도 설명했다. 그는 “예산 등으로 배경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직접 무언가를 도모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이를 지켜보는 아내인 사토코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루는게 더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다”며 “그 외에도 실제로 이 이야기 속에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변들, 생각지도 예상치도 못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일상에 뛰어드는 면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예전에 제가 해왔던 현대극, 공포, 서스펜스극의 효과와도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명성을 얻은 기간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이번 영화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소감도 전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미소와 함께 “일단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운이 좋고 럭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에서는 전세계의 여러 수많은 해외 영화제에 아직 나가지 않은 작품도 많고 아실 수도 있겠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매우 많다. 그래도 저의 작품은 많이 봐주신 분들이 있고 다소 늦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 한국의 여러분들이 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에 매우 감사히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수상도 그런대로 매우 좋은 일이라 본다”고 답했다.
한편 ‘스파이의 아내’는 25일 국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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