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름이 더 지나 윤명준은 그 포크볼로 첫 시험대에 섰다. 15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청백전을 통해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자신감 없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윤명준은 2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내주고 실점없이 막았다. 삼진은 무려 4개나 기록했다. 특히 7회엔 오재일 이원석 장민석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송일수 감독도 “오늘 공이 정말 좋았다”고 평가했고 코칭스태프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포크볼로 일약 에이스로 떠오른 노경은 역시 “진심으로 기가 막혔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을 정도였다.경기 후 윤명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도 미완성이다”며 웃었다. “오늘 컨트롤이 좋아서 그렇지 사실 평소엔 잘 안된다. 아직 손에 익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윤명준이 포크볼을 장착하게 된 것은 커브와 슬라이더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난 마무리 캠프 때부터 신무기 개발에 공을 들여온 윤명준은 “시즌을 치르다보면서 한계를 느꼈다. 커브 슬라이더 가지고는 절대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체인지업도 연습해 봤지만 손에 잘 익지 않았다. 떨어지는 각도도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가 포크볼에 더 치중한 이유였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로 실밥을 잡아야한다. 손이 작은 선수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종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포크볼은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윤명준에게 도움을 준 건 홍상삼이었다. 그의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윤명준은 “손이 작아서 포크볼은 아예 생각조차 안했었는데 상삼이가 손이 작아도 던질 수 있다고해서 마무리 캠프 때부터 상삼이한테 배우면서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맞게 된 첫 포크볼 시험대. 그가 결과보다 더 기분이 좋은 건 “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서다. 지금의 결과보다는 시즌 때 실제 타자들과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날 결과에 크게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사실훈련습은 마무리 캠프부터 했지만 많이 던져보진 않았다. 그래서 타자가 있을때 던져보는게 효율적이고 바로 판단할 수 있기에 실험을 했다. 청백전이기했지만 던져보고 느끼고 싶었다. 내 공이 타자들한테 먹히는지, 또 어떤 반응이 나올지도 궁금했다. 처음치곤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명준은 지난 해 34경기에 나서 4승1패4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불안한 두산 불펜진에 큰 힘이 돼준 선수다. 특히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여름, 8월부터 마운드에 올라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당시 그를 두고 임팩트는 크게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단점으로 꼽히긴 했지만 이젠 다르다.
그를 강력하게 만들어 줄 무기가 생겼다. 윤명준이 포크볼만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면 중간 불펜 요원으로 더 없이 중요할 삼진 잡는 능력도 배가 될 전망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자신감있게 승부할 수 있는 결정구도 더해지면 타자와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도 있게 됐다. 결정적 상황에선 묵직한 볼끝에 예리한 컨트롤을 갖고 있고, 여기에 결정구까지 제대로 겸비한 윤명준 카드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남은 캠프 기간 윤명준의 신무기 다듬기는 계속 된다. “지금은 익히는 쪽으로 더 연습하려고 한다. 구종이 하나 더 생겼다고 자신감이 크게 생긴다기보단 타자를 상대할 때 조금은 더 편하지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산 마운드의 믿는 구석은 포크볼이었다. 포크볼의 대가 정재훈부터 정명원 투수 코치가 있을 당시 전수받은 포크볼을 노경은, 이용찬, 김강률, 홍상삼 등이 유용하게 써먹었다. 모든 선수들이 포크볼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역사를 만들었다.
이젠 윤명준의 차례다. 두산의 새 필승조로 자리매김한 3년차 윤명준이 신무기 포크볼로 올시즌 두산 불펜의 큰 힘이 돼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