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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부상을 참고 시즌 끝까지 간다."
두산 최준석은 지금 참고 뛴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날 것 같이 강인해 보이는 그지만 부상을 안고 산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사실 한 경기도 뛰기 힘든 상황. 시즌 후 수술까지 확정지은 상태다.
그러나 최준석은 여전히 스파이크끈을 조여맨다. "쉬면 뭐해요. 안 뛰면 답답해요"가 이유의 전부다.
최준석의 부상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무릎 수술 이후 복귀를 했지만 올해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경기 중에는 늘 허슬플레이를 보여주느라 몸이 성할 수 없었다. 체중도 많이 나가는 터라 무릎에 과부하도 걸렸다. 부상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검진 결과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걷는 것이 힘들만큼 무릎이 아팠다. 주사를 맞고 치료를 계속 해왔지만 통증은 가라않지 않았다.
그래도 최준석은 묵묵히 경기에 나섰다. 사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쉴 수가 없었다. 아프다는 소릴 하면 코칭스태프에 부담이 될까봐 입은 잘 열지도 않았다.
"팀이 안좋은데, 차마 쉬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겠더라. 팀으로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손시헌, 임재철, 정재훈 등 선수들이 많이 부상으로 많이 빠져있어서 어려웠다. 어차피 수술할 거 조금만 더 참자는 생각이 컸다.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두산은 올시즌 감독 교체 등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그 사이 팀은 점점 추락했다. 최준석은 타선 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도 중심이 되는 선수.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를 위해서 최대한 부상을 참고 경기에 나서야했다.
보기에도 아픈 것이 느껴졌던 코칭스태프들이었다. 시즌 중반 김동주를 1루수로 전향시키려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최준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그러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공수에 걸쳐 그의 존재감이 절실했기에 선발 라인업에 계속 최준석의 이름을 올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투혼이 더 자극제가 됐던 걸까. 그의 한 방은 팀이 절실할 때 늘 터졌다. 그는 올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 13개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전체로 놓고 보면 삼성 최형우(16개) 다음으로 많다. 올시즌 그는 '해결사'였다.
기록적인 면을 떠나서 최준석은 타선에 있는 것만으로로 두산 타선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였다. 김현수와 김동주 뒤에 최준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상대 투수가 받는 위압감에 큰 차이가 있다. 최준석은 존재 만으로도 상대에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아프다는 소릴 더 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4강 팀이 결정됐다. 사실상 두산은 4강 진출이 어렵게 됐다. 그럼 이제는 쉴 법도 하다. 그런데 그가 아픔을 참고 출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시즌 전에 목표를 삼았던 것들이 있는데, 그 부분에 미치지 못하니까 더 욕심이 나고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도 여전히 4강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도 하고…. 그렇게 응원을 보내주시는데 그라운드를 떠나기 싫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최준석은 팀내 해결사 역할은 톡톡히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예년보다 성적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던 중심타자, 지난 해에는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던 그다. 시즌 초 만해도 타율 3할6푼8리로 전체 타자들 가운데 성적이 제일 좋았다.
그러나 5월 무릎 통증과 함께 슬슬 페이스가 떨어졌다. 19일 현재 2할7푼7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 해보다 모든 부분에서 부진하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 수록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느껴졌다. 그가 그라운드에 끝까지 남겠다고 하는 이유였다.
기록 이상의 값진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최준석, 그래서인지 그의 올시즌은 더욱 눈물겹고 애틋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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