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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여자축구의 희망' 지소연(한양여대)을 만났다.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명리조트 여자축구대표팀 후원식 행사장에서였다. 행사 직후로 예정된 청와대 예방을 앞두고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지소연은 이데일리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짧고 굵게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지소연은 "그동안 많은 분들의 격려와 관심을 받아 무척 행복했다"며 "이제 여자대표팀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는 만큼, 막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세계여자축구의 신데렐라
지소연은 최근 막을 내린 20세 이하 FIFA여자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3위 입상을 이끌며 세계 여자축구계의 샛별로 급부상했다. 8골을 터뜨려 알렉산드라 포프(10골, 독일)에 이어 득점2위를 기록하며 실버부트의 주인공이 됐고, MVP 투표에서도 2위를 차지해 실버볼까지 거머쥐었다.
특유의 화려한 드리블과 골 감각을 인정받아 팬들로부터 '지메시'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얻었고, 여자축구계의 '메이저리그'라 할 수 있는 미국여자프로리그계로부터 러브콜도 받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의 유망주'가 어느덧 '세계여자축구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셈이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달라진 주변 상황에 대해 지소연은 "기쁘고 즐거운 건 사실이지만, 어딜가든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 조심해야 할 행동들이 늘었다"고 운을 뗀 뒤 "긍정적인 의미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최근에는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던 중 '청와대를 방문하면 이명박 대통령님과 셀카를 찍고 싶다'는 농담을 했는데, 그 말이 기사 제목으로 보도돼 깜짝 놀랐다"면서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이 또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에 가능한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져봤다.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하지만 지소연은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말을 받았다. 대답에 앞서 "여자축구 선수로서 늘 고민하는 내용"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자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문을 연 그녀는 "인기를 유지하려면, 결국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제는 20세 이하 대표팀이 아닌 성인대표팀의 활약이 필요할 때"라 덧붙인 그녀는 "성인대표팀의 경우 실력 면에서 아직까지 세계적인 수준과 차이가 나는 만큼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소연은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운 좋게 주목 받았지만, 성인대표팀에서 나는 막내일 뿐"이라면서 "뛰어난 선배들이 많이 계신 만큼, 다가올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꿈 많은 여느 스무살 여대생과 달리 지소연은 한국여자축구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할 줄 아는 '철든 아가씨'였다.
◇해외진출, 혼자만의 도전이 아니다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부각된 미국여자프로리그 진출설에 대한 지소연의 입장도 들어봤다.
"아직까지 대학 재학 중인 만큼, 구체적인 미국 진출 논의는 내년 초 졸업 이후에나 시작될 것 같다"는 설명을 내놓은 그녀는 "여자축구선수로서 '꿈의 무대'라 불리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책임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부탁했더니 "내가 해외무대에서 성공해야 후배들에게도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는 대답과 함께 "아직까지 미국 무대에 진출한 우리 선수가 없었던 만큼, 스타트를 잘 끊고 싶다"는 각오가 돌아왔다.
선수 자신의 영광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는 차원에서도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소연은 "나와 내 또래 선수들은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할 세대들"이라 설명한 뒤 "우리가 열심히 해서 가능성을 보여주면 후배들은 '비인기 종목 선수'라는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치게 되겠지만, 자신 있다"며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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