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관객, 그냥 해본 소리"...'인사동 스캔들' 김래원의 '무심론'

김은구 기자I 2009.04.22 10:29:28
▲ 김래원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연기자로는 인터뷰하기가 참 재미없는 배우다. 말을 많이 하지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지도 않는다. 술잔이 오가는 드라마 종영파티에서도 얘기를 나눠봤고 인터뷰도 처음은 아닌데 그런 모습은 발전(?)이 없다.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기라도 하면 좀 재미라도 있을 텐데 그런 면도 없다. 항상 곧이곧대로 정답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연기로 이어지니 미워할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 새 ‘이번에도 캐릭터에 걸맞은 답을 제대로 찾아냈구나’라며 감탄을 하게 된다. 배우 김래원이 그 주인공이다.

김래원이 오는 30일 개봉하는 ‘인사동 스캔들’(감독 박희곤, 제작 쌈지 아이비젼 영상사업단)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지난 2006년 11월 개봉한 ‘해바라기’ 이후 2년 5개월여 만이다.

‘인사동 스캔들’에서 김래원은 미술품 복원 전문가 이강준으로 변신을 했다. 극중 이강준은 과거 미술품 도난사건에 연루돼 미술에서 손을 뗐지만 복원만 된다면 400억원의 가치를 지닌 벽안도를 손에 넣은 서울 인사동의 큰손 배태진(엄정화 분) 회장의 제안을 받고 복귀하는 인물이다.

 
▲ 김래원


◇ 미술품 복원, 기술이 아닌 삶을 배웠다

미술품 복원은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미술품 복원 작업은 아무리 연기라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이를 비슷하게라도 따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래원은 이를 위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미술품 복원가를 찾아가 배웠다. 그런데 김래원은 기술만 배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선생님의 삶을 보고 싶었어요. 많은 말씀을 들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열정적이고 예쁘게 보였나 봐요. 다음에 실제 작업을 할 때 한번 도와서 해보겠느냐고 하시던데요.”

김래원은 열심히 배우는 모습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큰 가치가 있는 미술품을 실제 복원하는 일에 참여해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은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김래원은 이 제의는 정중하게 사양했지만 ‘인사동 스캔들’ 속에서는 섬세한 작업 하나하나를 능숙하게 표현해 냈다.

“촬영할 때는 그냥 했어요. 카메라를 의식 안하고요.”

‘복원가 연기가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역시 돌아오는 건 재미없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씩 웃는 얼굴에서 김래원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더 쌓였다.

 
▲ 김래원


◇ 천만관객, 그냥 해본 소리...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

‘인사동 스캔들’은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 김옥빈이 주연을 맡은 ‘박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 탄생 : 울버린’과 함께 개봉을 한다. 흥행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김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인사동 스캔들’ 제작발표회에서 “관객이 1000만 명 정도 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는 그동안 ‘괴물’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밖에 없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까? 더구나 ‘인사동 스캔들’은 스태프들이 먼저 관람한 기술시사를 비롯해 잇단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인사동 스캔들’은 올해 군대를 가야 하는 김래원에게 입대 전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흥행에 대한 바람이 과욕은 아닐 게다.

그러나 김래원은 “1000만 관객이라는 말도 그냥 해본 거예요. 실제로는 크게 욕심이 없어요. 오히려 ‘무심’에 가깝죠”라고 말했다. 그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배우라는 인생에서 작품을 하나씩 남기는 과정이고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는다면 더 큰 보람은 없다는 게 김래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욕심을 내지 않다보니 그나마 꾸준히 성적을 거두는 것 아닐까요”라고 나름의 분석도 덧붙였다.

 
▲ 김래원


물론 흥행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로서 이름을 남기는 것, 돈을 버는 것이 흥행을 바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이번에 나오는 영화들이 다 잘 돼서 영화시장이 예전과 같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촬영여건도 전보다 많이 어려워졌거든요. 스태프도 시간에 쫓기듯 촬영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고요.”

자신도 출연료를 크게 낮춰 ‘인사동 스캔들’에 출연을 했다며 “배우에게는 출연료보다 중요한 게 있거든요”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배우로서 김래원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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