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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 속에서는 여러가지 캐릭터의 아내들이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이중 대중들에게 특별히 각인됐던 아내들의 캐릭터를 모아 대중문화 속 아내의 변천사를 추적해봤다.
◇'전원일기' 김혜자...'아내이기 보다 엄마·며느리'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된 MBC 드라마 '전원일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였다. 양촌리 김회장의 일가를 중심으로 농촌사람들의 평범하고 소박한 모습을 그린 전원일기에는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자 부부인 김회장 내외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김회장(최불암 분)의 아내로 나온 김혜자는 우리사회가 바라는 현모양처의 모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어머니를 모시며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김혜자의 모습은 아내와 여성보다는 '어머니'와 '며느리'의 모습이 강조됐던 당대 대중문화의 반영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혜자는 지난 10월 중순 종영한 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오랜 결혼 생활로 인해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나이 예순이 넘어 '가출'을 감행한 어머니이자 아내 ‘김한자’로 출연해 세상의 변화를 보여줬다.
◇'애인' 황신혜...'아내도 때론 여자이고 싶다'
1996년 방영된 MBC 드라마 '애인'은 내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드라마의 시작은 유치했다. 놀이공원에서 바지에 아이스크림을 묻히게 되는 바람에 만나게 된 유동근과 황신혜가 각자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막지 못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황신혜는 결코 넘어야 할 선을 넘지는 않았다. 유동근과 다정히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한 캐릭터였던 것. 드라마는 결국 두 사람이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처럼 얌전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당시 '애인'은 한국사회에 '애인 신드롬'을 불러왔을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아내를 감정이 살아있는 여성으로 복권시켜 놓으며 주부들에게 아내가 아닌 여자로 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던 것. 지금도 드라마 PD들 사이에선 아내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게 된 시초가 된 작품으로 드라마 ‘애인’을 꼽는 이들이 많다.
◇'해피엔드' 전도연...'가정과 사랑 사이 완벽한 이중생활'
1999년 IMF의 경제 불황 속에서 개봉한 정지우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아내 최보라를 탄생시켰다. 남편의 실직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대학시절 첫사랑과 다시 만나 불륜에 빠지는 최보라는 가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밀회장소로 향하는 비정한 모습도 선보인다.
비록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남편에 의해 살해 당하지만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이 보여준 아내 최보라의 캐릭터는 아내의 욕망과 그에 따른 갈등을 정면에서 그렸다는 측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일처다부! 남편만 둘 가질래"
2008년 가을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주인아는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 속 아내의 유형 중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복적인 캐릭터다. 주인아는 자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한 노덕환과 결혼해 신혼생활의 행복을 맛본다. 그리고 주인아는 "이 좋은 결혼을 또 한 번 하고 싶다"며 또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선언한다.
지금까지 대중문화 속에서 이중결혼 내지 처첩살이를 하는 남편의 모습은 자주 등장했어도 실제 두 집 살이를 하는 아내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없었다. 이를 두고 대중문화 관계자들은 '너무 극단적인 캐릭터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면 또 한편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아내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반기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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