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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정상적인 투수운영보다는 상황에 맞는 변칙 운영을 할 생각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이 플레이오프 6차전서 승리를 거둔 뒤 내 놓은 한국시리즈 전략의 일부분이다. SK를 상대로 정공법 만으로는 이기기 힘든만큼 변화무쌍한 마운드 운영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 구상의 중심엔 이혜천 금민철 원용묵 등 좌완 투수 트리오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감독은 마운드 운영에 있어 "좌완 투수들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화무쌍'하게 펼쳐질 전략이 무엇인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다만 올시즌 두산과 SK의 경기를 통해 힌트는 얻어볼 수 있다.
두산은 지난 5월13일부터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3연전을 모두 이긴 바 있다. 이전까지 6번 승부서는 1승5패로 부진했지만 당시 3연전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선발 로테이션이다. 첫 경기엔 금민철(좌완) 두번째 경기엔 진야곱(좌완) 그리고 마지막에 랜들이 나섰다. 금민철과 진야곱은 문자 그대로 깜짝 선발이었다.
금민철은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제 몫을 했지만 진야곱은 0.2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두 경기 모두 두산이 이겼고 승리투수는 두번째 투수들에게 돌아갔다. 첫 경기는 임태훈이 3이닝을 던졌고 두번째는 김명제가 6.1이닝이나 나왔다.
김 감독의 변칙은 아마도 이 당시를 기반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투수에 따라 라인업의 변화가 많은 SK의 특성을 역이용하는 전략으로 한차례 성공을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당시에도 "SK는 정공법으로 이기기 힘들다. 변칙 운영으로 상대를 흔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좌투수를 투입하면 SK는 우타자 위주 라인업을 짠다. 두산은 길게 던질 수 있는 우투수도 함께 대기한다. 좌투수가 잘 던지면 충분히 끌고가고 부진하면 바로 우투수로 바꾼다. 그렇게되면 SK는 다시 좌타자들을 기용할 것이다. 적어도 상대 라인업을 흔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목해야 할 것은 좌투수의 숫자를 한명 더 늘린 것이다. 지난 5월의 운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좌-우-좌' 전략까지 예상이 가능하다. 금민철과 원용묵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금민철은 올시즌 SK전 방어율이 5.40이나 되고 원용묵은 등판 기록이 아예 없다. 둘 모두 정상적으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을 기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SK에 혼란을 주는 것이다. 또한 낯설음과 투지를 앞세운다면 깜짝 호투도 기대해볼 수 있다.
히든카드는 그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히든 카드의 활약에 따라 승부의 큰 흐름이 갈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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