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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좋은 포수’라는 평가는 그 자체 만으로는 미완성의 영역이다. 정확한 수치로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박경완은 분명 그 누구보다 빼어난 포수였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포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볼 배합’이 빼어난 포수로 한정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볼 배합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저 리드를 잘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그를 최고였다고 평가하는 건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다.
포수 박경완이 최고의 포수였던 진짜 이유는 그가 마지막까지 포수의 제 1덕목인 희생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와 호흡을 맞췄던 김원형 SK 투수 코치는 “경완이를 최고라고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난 경완이가 결과에 대해 투수를 탓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떤 경우에서건 일단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먼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수는 그런 포수의 모습을 보면서 신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힘든 자리다. 어떤 바운드가 된 공이라도 빠트려선 안되고, 투수가 타이밍을 뺏긴 도루 시도도 어떻게든 잡아내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박경완은 현역 시절 이런 말을 했다. “종종 점수차가 크게 나면 바꿔달라는 사인을 벤치에 보내는 후배들이 있다. 실제 내게 안 빼주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표시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포수라면 절대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점수차와 상관 없이 끝까지 공을 던지는 투수를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다. 점수차가 많이 났다고 해도 그 순간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그 때 던진 결과를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경기에 상관 없이 최고의 공을 던지도록 내가 열심히 돕는다면 패전 처리가 추격조가 되고, 또 필승조로 승격 될 수도 있다.”
박경완은 블로킹을 한 뒤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포수로도 유명했다. 이젠 150km도 훌쩍 넘어가는 스피드의 공은 살인적인 무기나 다름 없다. 그런 공을 미트로 받는 것 자체가 3D 플레이다. 하지만 박경완은 최대한 괴로운 표정은 참으려 했다. 타자에게 집중해야 하는 투수가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면 그만큼의 틈이 생긴다는 믿음에서였다.
박경완은 시즌 중엔 야구 외에 별다른 취미 생활을 즐기지 않았다. 다만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는 있었다. 원정 숙소를 나와 경기장에 도착할 때 까지 늘 휴대 전화를 꺼내 게임만 하곤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그는 늘 야구를 먼저 생각했다. 그날 경기서 어떤 공으로 어떻게 승부해야 할지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손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야구에 대한 구상이 먼저였다.
게임을 했던 이유? 그는 부끄러운 듯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투수들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경기장 가는 버스 안에서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투수들이 본다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 저것 해 봤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그냥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박경완을 최고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 그것은 볼 배합의 최고수여서가 아니라 끝까지 투수와 승리를 위해 희생했던 포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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