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강철 심장’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지난 22일(이하 한국 시간)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블랙번과의 경기에 결장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지난 주중에 열린 풀럼전(3-0승) 이후 3일 만에 치른 이날 경기서 박지성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는데, ‘레드 데블스’는 2-1로 승리하며 올 시즌 EPL 클럽 중 가장 먼저 승점60점 고지를 넘어섰다(62점). 전반32분 상대 공격수 산타크루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4경기 동안 이어 온 무실점 행진은 중단됐지만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 골씩 터뜨리며 활약한 데 힘입어 맨유는 소중한 승점3점을 챙길 수 있었다.
참고로 공격라인의 주축으로 손꼽히는 두 선수가 정규리그서 한 경기에 나란히 골을 터뜨린 건 지난해 10월18일 웨스트브로미치전(4-0승) 이후 4개월 만이다.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풀럼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며 모처럼 공격 포인트를 쌓은 박지성이 재차 출전해 상승세를 이어가길 바랐겠지만 퍼거슨 감독은 역시나 냉정했다. 올 시즌 개막 이후 꾸준히 실행 중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적용해 포지션 경쟁자 나니를 선발로 내보냈다.
풀럼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준수한 움직임을 선보인 박지성에게 체력 회복 시간을 제공해 오는 25일 있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 대비케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상대팀 인터 밀란(이탈리아)의 사령탑이 첼시 사령탑 시절 ‘맨유 킬러’로 불렸던 조제 무리뉴 감독이라는 점에서 박지성의 선발 출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는 비중 있는 경기거나 강호와의 경기에 꾸준히 선발로 나서는 박지성의 올 시즌 출전 패턴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재계약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내 팬들 사이에 박지성의 팀 내 입지와 관련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사실 박지성의 현재 상황이나 입지는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주전’으로 분류하기에 무리가 없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자연법칙이 적용되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그것도 디펜딩챔피언 맨유 소속으로 정규리그 26경기 중 17경기(선발 15경기)를 소화했다면 선발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선수로 보기에 충분하다. 경쟁자 나니가 9경기(선발 4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는 것도 작은 증거가 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주전’ 박지성이 서너 경기에 한 번 꼴로 벤치를 경험하는 건 역시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받는 ‘골 결정력 부족’이 원인이다. 전술 특성상 맨유의 날개 자원들은 전통적으로 적극적인 공격가담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득점에 공헌할 것을 요구받는데, 박지성은 팀 기여도가 높은 것과는 별도로 골에 대해서만큼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퍼거슨 감독이 주기적으로 나니에게 출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 올 시즌 조란 토시치라는 유망주 윙어를 영입한 것 등은 결국 박지성에게 부족한 2%를 채워줄 새 공격 옵션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우리 입장에서는 박지성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퍼거슨 감독의 처사가 야속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레드 데블스가 ‘당대 최고’로서의 입지를 유지하도록 이끌어야만 하는 감독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걸출한 골잡이들을 보유한 상황에서 맨유가 카를로스 테베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등 준수한 킬러들을 줄줄이 영입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이 주전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하나. 국내외 언론이 꾸준히 언급해온 것처럼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임을 입증하는 것뿐이다. 특히나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타이밍에 득점포를 가동한다면 감독의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박지성에게 성원을 보내는 대다수의 한국 팬들이 25일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서 ‘강철심장의 골 뉴스’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4-05시즌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당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으로 퍼거슨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박지성이 올 시즌 챔스 무대를 다시금 도약의 발판으로 삼길 바란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경기가 열리는 25일 새벽은 박지성의 생일(1981년 2월25일생)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태어난 날은 음력 2월25일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국내외의 모든 정보들이 양․음력 구분 없이 ‘박지성은 2월25일생’이라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슈화 될 공산이 크다. 기왕 골을 넣을 거라면 챔피언스리그라는 굵직한 무대에서, 인터밀란과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부담이 가중되는 원정경기에서, 그것도 ‘귀 빠졌다’고 알려진 날 기분 좋게 터뜨려주길, 그리고 이를 통해 치열한 선발경쟁에서 승리의 가닥을 잡아나가길 기대해본다.
바람을 담아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결코 시간이 많진 않다는 사실도 강조해두고자 한다. 첼시가 시즌 도중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에서도 드러나듯 유럽축구계의 최상위권 강호들은 소속 선수들의 성장을 여러 시즌 동안 차분히 기다려줄 만큼 너그럽지 않다./<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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