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응원단 논란②]'자원봉사'VS'혈세관광'...핵심은 봉사의 시각차

김용운 기자I 2008.10.31 12:38:42
▲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을 이끌었던 강병규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연예인 응원단을 주도했던 강병규와 연예인 응원단에 예산을 지원한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이하 문화부) 장관의 잇따른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응원단을 둘러싼 여론은 점점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연예인 응원단이 문화부 내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난 7월 중순께였다. 7월15일 문화부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참가 국가대표 선수를 위한 특별 지원방안'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하나로 '연예인 응원단' 결성계획을 밝혔다.

당시 문화부는 현지 응원단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연예인 응원단 구성계획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를 진행하던 문화부 관계자는 "연예인들과 베이징 현지 응원단을 꾸리기 위해 협의 과정에 있다"며 "일종의 자원봉사 차원에서 팀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용 역시 문화부의 예산보다 여행사와 항공사 등의 협찬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후 문화부는 7월25일 대한체육올림픽 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베이징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연예인 응원단의 발대식도 함께 열었다.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고 국민들의 응원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한다는 명분에서였다. 당시 문화부는 연예인 응원단의 성격을 '자원봉사응원단'이라고 못 박았다.

'자원봉사응원'을 표방하고 떠난 연예인 응원단은 올림픽 기간 동안 총 1억1000여만원의 특급호텔 숙박비를 비롯해 2억여 원의 정부예산을 사용했다. 게다가 현장에서 직접 응원하겠다는 사전 공언과 달리 연예인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을 펼친 것은 단 8경기. 이같은 사실은 문화부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고, '호화 원정응원'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강병규와 유인촌 장관은 “졸속으로 연예인 응원단이 추진된 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나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며 오히려 “움직이면 돈이 드는 연예인이 개런티를 받지 않고 실비 정도의 돈으로 고생을 무릅쓰고 원정 응원을 갔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고 억울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국민들의 인식과 연예인 응원단 및 유 장관의 그것 사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애초 연예인 응원단의 성격은 문화부에서 밝혔다시피 ‘자원봉사응원단’이었다. 연기자 출신의 유인촌 장관은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할만큼 바쁜 사람들이었기에 내 입장에서는 그들을 더 응원해주고 싶었다"며 연예인 응원단을 옹호했다.

유 장관으로서는 얼굴을 잠시 잠깐 내비추는 것 자체만으로도 돈을 받는 연예인들이 베이징까지 가서 개런티 없이 원정응원을 해준다는 것이 자원봉사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강병규 역시 연예인 응원단을 추진하며 유 장관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실비만 받고 개런티 없이 응원을 하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한 자원봉사응원은 강병규와 유인촌 장관이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연예인들이 자원봉사차원에서 베이징 올림픽으로 원정응원을 간다고 밝혔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드컵 당시 가수 김흥국의 그것을 떠올렸다. 김흥국은 월드컵 당시 자비를 모으고 협찬을 받아 체류비를 충당해가며 원정응원을 다닌 바 있다.

결국 연예인 응원단을 둘러싼 강병규와 유 장관의 해명이 국민들의 화를 더욱 돋우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연예인의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병규와 유 장관의 '개런티' 운운 해명을 거꾸로 해석해보면 연예인 응원단을 개런티를 주고 꾸렸으면 2억원의 예산으로는 불가능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과 여론의 지적에 대해 이들이 쉽게 수긍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연예인 응원단의 실무를 담당했던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예인 응원단 문제를 언론이 나서 부풀려 보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에 대해 말할 게 없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이것 또한 강병규와 유 장관의 개런티 운운 해명과 맥을 같이 한다. 봉사에 대한 인식차가 극명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연예인 응원단에 참가했던 한 연예인 역시 “다녀와서 이렇게 문제가 크게 될 줄 몰랐다”며 “응원단으로 출국하기 전 선수단 행사에 돈을 받지 않고 서는 등 나름대로 자원봉사를 했고 응원단 일로는 개런티를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2억원 남짓의 연예인 응원단 원정비용은 분명 국민의 세금에서 비롯된 돈이다. ‘개런티도 안 받고 자원봉사차 응원을 다녀왔는데 호화 원정 응원이라고 비난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연예인들의 세계에서는 통용되는 일이었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들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임에 분명하다.  

지난 7월 강병규나 유 장관이 '연예인 응원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억여원의 정부예산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밝혔더라면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이 가능했을까? 5성급 호텔에서 머물며 2억원의 나랏돈을 쓴 자원봉사응원. 연예인 응원단 논란의 핵심은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강병규와 유 장관의 남다른 인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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