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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작품을 낼 때 마다 소재의 선정성부터 거침없는 대사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작가 임성한. '아현동마님'은 극중 12살의 나이차를 극복한 사랑이야기가 임성한치고는 오히려 너무 무난한게 아니냐는 평을 받으며 초반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방송 시작 중반 이후부터는 임성한 특유의 드라마 작법이 되살아나 최근에는 20%대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다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들이고 있다.
◇ '투명인간 캐릭터'로 시청자 관심 환기...'맥거핀효과'노려
임성한의 드라마에는 극 중에 있지만 없는 것 같은 '투명인간' 같은 캐릭터가 있다.
드라마에 이름이 자주 등장은 하지만 실체가 없고, 실제로 출연하기는 하지만 그 등장인물이 왜 드라마에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인 캐릭터. 바로 SBS 주말극 ‘하늘이시여’의 세현이와 MBC 일일극 ‘아현동마님’의 아가란 인물이 그렇다.
세현이는 2006년 인기리에 종영된 '하늘이시여'의 배득(박해미 분)의 친아들이자 여자주인공 자경(윤정희 분)의 이복 동생이다. 드라마의 대사 중에는 항상 세현이의 이름이 언급되지만, 그는 항상 학원에 가 있거나, 잠시 외출 중인 상태여서 직접적으로 화면에 등장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극중 세현이의 인기는 여느 배우 못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2006 SBS연기대상'에서 '시청자가 직접 뽑은 특별상' 중 '꼭 한번 만나고 싶다'상을 수상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현동마님’에도 세현이와 비슷한 인물이 있다. 백시향(왕희지 분)의 외사촌 동생인 아가가 바로 있는 듯 없는 투명인간 캐릭터다.
극중 서아가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캐릭터는 드라마 중반 갑자기 왕희지의 집에 들어와 얹혀 살게 되었지만 드라마의 내용 전개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가가 누구냐”, “아가가 갑자기 왜 등장했느냐” 등의 질문이 잇따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들은 아가가 앞으로 극 중에서 어떤 기능을 하게 될지 예상 시나리오를 짜 게시판에 올려 놓기도 했다.
‘아현동마님’의 한 제작 관계자는 “극 중 아가라는 캐릭터가 아직까진 드라마 이야기 전개에 그 어떤 기능도 하고 있지 않지만 시향(왕희지 분)와 길라(김민성 분)의 애정 전개가 어느 정도 일단락 되면 어떤 사건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예측할 뿐”이라며 “아직 드라마 속에서 아가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렇다면 임성한 작가는 왜 드라마에 이렇게 알 듯 모를 듯 한 투명인간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걸까?
그 이유로는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를 들 수 있다. ‘맥거핀 효과’란 작품 줄거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을 짐짓 사건 해결의 실마리라도 되는 양 위장해 관객의 시선을 묶어둠으로써 불안감이나 의혹을 자아내게 하는 속임수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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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의 작품에 즐겨 등장하는 ‘투명인간형 캐릭터’들은 이처럼 드라마 이야기 전개에 딱히 기여하는 바는 없지만, 그렇기에 향후 드라마상에서의 역할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더욱 강하게 유발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 임성한 드라마는 '사고랜드'...급작스런 사고 설정이 시청자 눈길
드라마 속 인물들의 갑작스런 사고도 임성한이 즐겨(?)쓰는 드라마 작법 중 하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급작스런 의문사를 당했던 드라마는 단연 ‘하늘이시여'였다. 극 중 홍파(임채무 분)의 처 은지(김영란 분)은 바람을 피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자경의 출생비밀을 알게 된 소피아(이숙 분)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던 중 심장 마비로 돌연사 했다.
또 왕마리아(정혜선 분) 여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배득(박해미 분)에게 자경의 출생 비밀과 관련 실마리를 제공한 가정부(차주옥 분)는 연탄가스로 인해 죽음을 맞았다.
현재 방영 중인 ‘아현동마님’에서도 갑작스런 사고는 계속됐다. 시향의 아버지 제라(김병기 분)는 딸의 결혼식장에서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12살 연하인 길라(김민성 분)와의 결혼에 대한 길라 쪽 집안의 반대가 심하자 시향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성종(이동준 분)과의 결혼을 강행하려 하나, 평소 성종을 맘에 들어하지 않아했던 제라가 결혼식 도중 갑자기 쓰러지고 시향은 다시 길라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제라의 갑작스런 사고를 두고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자기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딸을 맘에 들지 않는 남자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보내려고 하니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일 뿐 부정의 또다른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딸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한 방송작가는 이런 임성한의 급작스런 사고 설정이 “초등학교 앞에 파는 불량식품처럼 시청자들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자꾸 임성한의 작품을 보게 되는 그만의 매력”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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