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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첫 내한공연 ‘거츠 월드투어’(GUTS World Tour)가 20~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성료했다. 이틀간 1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번 공연은 보잉 747 항공기 1대 물량인 항공 파렛트 38개, 무게 약 100톤에 달하는 무대 장비를 공수해 초호화 스케일을 자랑했다. 특히 이번 투어의 상징적인 무대인 객석 사이로 떠오르는 달과 별 세트를 동일하게 재현했고, 400개의 조명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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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곡은 ‘발라드 오브 어 홈스쿨드 걸’(ballad of a homeschooled girl)이었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초 단위로 바뀌는 얼굴 표정이 압권이었다. 특히 돌출 무대를 향해 달려나가고,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등 열정적인 퍼포먼스가 곡의 느낌을 배기사켰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른 ‘뱀파이어’(vampire) 무대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관객들이 함께 만드는 무대와도 같았다. 관객들의 떼창은 코러스처럼 베이스를 만들었고, 그 위에 얹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힘 있고 호소력 짙은 보컬이 환상의 조합을 완성했다. 떼창 수준도 달랐다. 영어 노랫말인데도 첫 소절부터 마지막 소절까지 또렷하게 떼창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를 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신기하면서도 흥분된 표정을 연신 지었다. ‘K팝의 수도’ 한국에서, 이토록 환대받는 것에 대해 고마움과 영광스러움이 눈빛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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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드라이버스 라이센스’(drivers license) 무대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곡을 열창했다. 헤어짐 이후의 심경을 노랫말로 담은 ‘드라이버스 라이센스’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피아노 연주에 애절한 보컬이 더해지면서 감흥이 배가 됐다. 특히 ‘난 아직도 너를 사랑하네 /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걸 나도 알았어’(But I still fucking love you, babe / I know we weren’t perfect), ‘난 혼자 너의 거리를 지나고 있어’(I drive alone past your street) 노랫말을 열창할 땐 일부 관객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했다. 이어진 ‘틴에이저 트림’ 무대에선 격동적인 사춘기를 보낸 뒤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들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이후 댄서들과 무대에 함께 등장한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퍼포먼스를 더한 무대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프리티 이즌 프리티’(pretty isn‘t pretty) 무대에선 거울을 든 댄서들과 호흡을 맞췄고, ‘러브 이즈 앰버래싱’(love is embarrassing) 무대에선 댄서들과 무대를 종횡무진하면서 숨겨온 춤 실력을 뽐냈다. ‘메이킹 더 베드’(making the bed)에선 아예 무대에 드러누워 노래를 부르기도. 천상 무대체질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로지컬’(logical) 무대에선 ‘거츠 월드투어’의 시그니처 무대인 달과 별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중앙에 떠오른 별들 사이로 초승달에 앉아 공중에 떠오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공연을 찾아준 팬들에게 손인사를 전하며 무대를 이어갔다. 이에 관객들은 휴대폰 라이트로 불빛을 연출해 감성적인 무드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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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서비스도 화끈했다. 돌출 무대 끝까지 달려나가 관객들과 살뜰히 인사하고, 생일을 맞은 한 관객의 카메라를 받아 함께 셀카를 찍어주는 등 소탈한 면모가 돋보였다. 특히 한 관객이 건넨 왕관을 쓰고 예쁜 척을 하다가 ‘젤러시 젤러시’(jealousy, jealousy) 무대를 바로 이어 선보일 땐 관객들의 큰 환호성이 터졌다. 짜여진 대본이 아닌, 자유분방한 태도로 음악과 공연에 임하는 그의 행보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이어진 ‘해피어’(happier), ‘페이보릿 크라임’(favorite crime) 무대에서도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무대 곳곳을 방방 뛰면서 관객들과 열정적으로 호흡했다.
‘데자뷰’(deja vu) 무대는 떼창의 절정이었다. 전 남자친구를 저격하는 노랫말이 담긴 ‘데자뷰’는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다. 몽환적인 몸짓과 보컬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후렴구에서 ‘아이 노우 유 겟 데자뷰’(I know you et deja vu)라는 노랫말을 외치자, 이에 질세라 관객들도 ‘아이 노 유 겟 데자뷰’를 떼창으로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엄청난 떼창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전 남자친구에게 들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장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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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아메리칸 비치’(all-american bitch)도 빼놓을 수 없는 무대였다. 멜로디만 들으면 순수한 동요 같지만 알고 보면 노랫말은 살벌한(?) 반전 가득한 곡이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불이 꺼지면 가장 화나는 일이나 사람에 대해 소리를 질러달라”고 말했고, 후렴구 부분에서 무대가 잠시 암전되자 다들 한목소리로 ‘아!’(Ah!)라고 소리를 질러 눈길을 끌었다.
앙코르도 화끈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대표곡인 ‘굿 포 유’(good 4 u)와 함께 ‘겟 힘 백!’을 열창하며 첫 내한공연의 피날레를 화끈하게 장식했다. 관객들은 남은 힘을 다 끌어모아 떼창과 환호성으로 화답하며 그의 조속한 추가 내한을 염원했다.
한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거츠 월드투어’ 서울 공연의 티켓 수익 일부를 한국여성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재단은 창의적인 성평등 프로젝트, 여성 폭력 피해 예방·피해자 지원 사업, 미혼모·이주 여성의 경제적 자립 등을 지원하는 단체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기부한 금액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을 위해 사용될 전망이다.